심판들도 폭행상황 인지 못해
KBL “16일 재정위서 징계논의” 프로 농구판이 또다시 시끄럽다. 코트에서 폭행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승부조작 혐의로 강동희 감독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무리한 반칙이 난무하고 잇따른 오심으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대형 악재가 또 발생한 것이다.
지난 14일 서울 SK와 전주 KCC의 잠실경기에서 2쿼터 중반 SK의 속공 때 수비에 가담하려던 KCC의 신인 가드 김민구(22·1m90, 78㎏)를 SK의 외국인선수 애런 헤인즈(32·1m99, 91㎏·사진)가 뒤에서 일방적으로 가격했다. 공 다툼과 전혀 관계없이 상대 전력의 핵심 선수를 목표로 저지른 다분히 고의적인 행동이었다. 무방비 상태의 김민구는 왼팔꿈치로 명치를 맞아 한동안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코트 밖으로 실려 나갔다. 내년 2월 경희대 졸업 예정인 ‘슈퍼루키’ 김민구는 지난 3일 끝난 올스타 팬투표에서 4만3700여표를 얻어 인기 랭킹 2위에 올랐다.
더구나 세 명의 심판들은 SK 김선형이 레이업 슛을 시도하는 장면을 보느라 5m가량 후방에서 일어난 폭행 상황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SK 김선형이 KCC 김효범의 반칙을 이끌어내 자유투 2개를 얻었다. 헤인즈의 행동은 즉시 퇴장감이지만 그 어떤 심판도 휘슬을 불지 않았다. 이날 주심을 맡은 최한철 심판은 지난달 20일 SK와 고양 오리온스 경기에서의 오심 판정으로 2주 출장정지를 받았으나 또다시 구설에 휘말리게 됐다. 김남기 KBS N 해설위원은 “김민구가 무방비 상태였기에 카운터 펀치를 맞은 것처럼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있어서는 안 될 반칙이었다”고 밝혔다.
KCC는 상황이 발생할 때까지 26-25으로 앞서고 있었으나 3쿼터에서 3-22로 압도당하는 바람에 결국 66-76으로 졌다. SK는 이날 승리로 단독 선두에 복귀했다.
국내 무대를 밟은 지 6시즌째를 맞는 헤인즈는 2011∼12시즌 득점왕(27.56점)을 차지하는 등 ‘한국형 용병’으로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팬심은 완전히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구연맹(KBL) 홈페이지를 비롯한 농구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헤인즈 비난 글이 수백개 올라왔다. 본인인증을 거쳐 실명으로 아이디를 써야 하는 KBL 자유게시판에서 한 팬은 “이게 농구입니까, 격투기입니까”라며 “더티 플레이는 과감한 징계가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손진석씨는 아예 다음 아고라에서 헤인즈 퇴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SK 구단은 15일 사과문을 내고 “헤인즈의 과도한 충돌에 대해 당사자인 김민구와 허재 감독, KCC 구단에 죄송하다”며 “KBL과 농구 관계자, 농구를 사랑하는 팬 여러분께도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또 “헤인즈와 면담을 통해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한 경고와 교육을 할 것”이라며 “16일 KBL 재정위원회의 결정 이후 구단 내부규정에 따라 자체 징계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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