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식 뷰파인더·와이파이 탑재 등 모양은 구형이지만 성능은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클래식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후지필름이 필름 카메라의 디자인을 채용한 카메라를 선보인 후 올림푸스, 니콘, 소니 등 주요 카메라 업체들이 클래식 카메라와 거의 비슷하거나 디자인 콘셉트를 채용한 모델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감성 자극…스마트 기기와 차별화
클래식한 디자인의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매한 직장인 김혜영(31)씨는 “스마트폰과 달리 카메라는 한번 구입하면 오래 사용하고 싶은 제품”이라며 “필름카메라 느낌의 복고풍 디자인은 스마트폰으로 대신할 수 없는 만족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전 수능을 마친 아들과 함께 카메라 매장을 찾았던 김흥식(52)씨는 올림푸스에서 출시한 디지털 카메라 PEN E-P5를 보고 반가움을 금할 수 없었다. 어릴 적 아버지가 아끼며 사진을 찍어주던 그 카메라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이어 ‘응답하라 1994’가 인기를 끄는 것처럼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도 복고풍의 디자인을 채용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클래식한 디자인의 제품이 옛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기성세대와 남들과는 다른 개성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20∼30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쏟아지는 디지털 시장에서는 오히려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제품 디자인뿐이 아니다. 카메라 업체들은 사용자 환경이나 촬영된 이미지도 과거 필름의 느낌을 담으려 애쓰고 있다.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 관계자는 “카메라 외에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기가 많은 요즘, 카메라의 본질로 돌아가 오랫동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자는 생각에서 X시리즈가 탄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후지필름 X-E2 올림푸스 PEN E-P5 |
후지필름은 2011년 X-100을 선보인 이래 클래식 감성을 담은 디지털 카메라인 X시리즈 출시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내에 선보인 X-E2 역시 X시리즈 특유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계승했다. 모양은 구형이지만 성능은 최신형이다. 자체 개발한 APS-C(25.1㎜ × 16.9㎜ 크기) 규격의 ‘X-TrANS CMOS Ⅱ’ 센서와 ‘EXR 프로세서 Ⅱ’ 이미지 프로세서를 탑재해 속도와 화질을 높였다. APS-C 규격 센서는 중급 디지털일안반사식카메라(DSLR)에 많이 쓰인다.
자동으로 초점을 맞추는 데 걸리는 시간이 0.08초에 불과하고 전자식 뷰파인더와 와이파이 기능도 갖췄다.
올림푸스는 1963년도에 등장했던 최초의 하프 프레임 SLR 카메라인 PEN F를 꼭 빼닮은 디지털 카메라 PEN E-P5를 선보였다.
하프 프레임 카메라는 일반적인 카메라에 많이 쓰이던 35㎜ 필름 면적의 절반만을 사용, 더 많은 사진을 담을 수 있었던 필름 카메라다. PEN F는 발매 당시 큰 인기를 끌었고, 특히 종군기자들이 많이 사용하면서 펜처럼 가볍다는 의미로 펜(PEN)이라는 별칭이 실제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출시된 PEN E-P5는 미러리스 카메라 최초로 기계식 1/8000초 초고속 셔터 스피드를 지원한다. 5축 손떨림 보정기능을 갖췄고, 전면과 후면에 위치한 2개의 버튼만으로 직관적인 조작을 가능케 했으며 와이파이도 탑재했다.
니콘 Df 소니알파 A7 |
뷰파인더는 100%에 가까운 시야율을 자랑하며, 초당 5.5장의 고속 연사가 가능하다. 특히 다른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어댑터 없이도 필름 카메라에 사용됐던 구형 렌즈를 장착할 수 있다. 필름 카메라용 렌즈를 십분 활용하면서도 디지털로 결과물을 남기는 게 가능해진 셈이다.
필름카메라로 잔뼈가 굵은 다른 업체들과 달리 디지털 이미지 센서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소니는 필름카메라 재현이 아닌 클래식을 재해석한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소니가 선보인 알파 A7은 미러리스 카메라 최초로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탑재해 카메라 시장에 화제를 몰고온 제품이다. 필름카메라와 마찬가지로 그립(손잡이) 부분에 가죽을 덧댔고, 클래식 SLR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사각뿔을 제품 상단에 달았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