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재능기부와 공동육아 등 정부 지원까지…아파트 공동체 생활 환경 조성
“이웃은 남이 아니라 가족이자 친구입니다.”
‘소통 단절’의 대명사로 불리던 아파트가 변신하고 있다. 옆집 사람의 얼굴 조차 모른다는 오명에서 벗어나 입주민들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바탕으로 다시 새로운 주거문화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입주민들간 재능기부를 통해 다양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해 아파트 주민들에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이는데 힘쓰는가 하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공동육아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돕고 사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건설사들도 공동체 생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커뮤니티 시설의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도 하며,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 마련에도 힘쓰고 있는 추세다.
◆ 입주민간 재능기부 통해 입주민 삶의 질 높여
실제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화곡 푸르지오’ 아파트는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을 중심으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기존의 컴퓨터실을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 전용공간인 푸르홀로 꾸며 라인댄스교실, 푸르미 합창단, 클래식 기타 등 약 26개의 커뮤니티 활성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커뮤니티 프로그램들은 돈을 들여 외부 강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을 가진 이웃들이 서로 선생님이 되어 수강료가 무료다. 이렇다 보니 참여율도 매우 높아 입주민들끼리 서로 친구가 되어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장이 마련되고 있다.
화곡동 A공인 관계자는 “입주민끼리 서로 돕고 도움 받으면서 친밀한 관계가 유지되다 보니 주변에서 살고 싶은 아파트로 소문이 나 선호도가 높다”며 “전세물건을 구하기 위해서는 예약을 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은평뉴타운 ‘상림마을 롯데캐슬 1단지’도 마을 문고 운영회를 중심으로(다같이 행복한)마을 만들기’ 사업을 펼쳐 평생공부방 운영, 문화체험강좌, 아파트 주민소식지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근 H 공인 관계자는 “교통·쾌적성·교육 등의 입지여건이 좋고, 문화 프로그램도 활성화돼 있다 보니 젊은 층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강태욱 하나은행 부동산팀장은 “결국 집이라는 본질은 ‘재산’보다는 ‘생활공간’이자 ‘자아실현’의 공간”이라며 “입주민의 만족도가 아파트의 가치를 결정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결국 주민간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된 아파트일수록 향후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 건설사·정부 살기 좋은 아파트 만들기 고심
최근 건설사들이나 정부도 아파트를 짓기 전부터 서로 돕고, 소통하는 살기 좋은 아파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동체 문화가 정착된 단지가 입주민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면서 계획부터 이를 염두 해두고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커뮤니티 시설 조성부터 운영 그리고 주민과의 연계까지 다방면에서 살기 좋은 아파트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시 강동구 천호에 짓는 ‘래미안 강동팰리스’에는 여성가족부가 공동육아나눔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핵가족화로 인한 가족돌봄 기능을 보완하고 이웃간 돌봄 품앗이가 가능하도록 하는 지역 돌봄 네트워크로 이 아파트의 커뮤니티 시설 내 ‘키즈룸’을 활용할 계획이다. 시공사인 삼성물산 측은 장난감이나 도서구입 등의 기자재비 및 품앗이 소모임 지원비를 1년간 지원한다.
경기도 김포시 풍무 2지구 도시개발사업구역에서 분양하는 ‘김포 풍무 푸르지오 센트레빌’은 스포츠·교육·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입주민이 단지 내 커뮤니티시설에서 이웃 주민에게 자신의 재능을 기부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이를 위해 시행사인 스카이랜은 시설관리비를 제외한 커뮤니티 운영자금을 1년간 2억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세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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