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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음식인데도 자꾸자꾸 눈이 가네! 시청자들 ‘먹방’에 빠지다

입력 : 2013-12-29 21:18:52 수정 : 2013-12-30 0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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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룩 쩝쩝∼ 오도독∼ 청각 효과 극대화
맛있게 먹는 모습 가까이서 찍어 식욕 돋워
“보글보글∼ 호오∼호오∼ 후루룩 쩝쩝. 으으으으∼ 좋아!”

소시지, 김치, 라면이 가지런히 들어간 부대찌개가 붉은 빛깔을 내며 냄비 속에서 들썩인다. 출연자가 라면과 소시지를 집는다. 뜨거운 김을 불어가며 감질나게 씹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내 눈이 동그래진다. 보는 사람의 입에도 군침이 고인다. ‘먹방 드라마’를 표방한 tvN의 ‘식샤를 합시다’의 한 장면이다.

올해 유행한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배우 하정우,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의 윤후, ‘진짜 사나이’의 샘 해밍턴,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사랑은 복스럽게 먹는 모습으로 사랑받았다. 인터넷 사이트 ‘아프리카’에서는 먹는 모습을 방송하는 아마추어 DJ들이 인기다. 이런 추세다 보니 예능에서는 먹는 장면에 공들이고 ‘먹방’을 표방한 드라마, 영화까지 나온다. 인터넷에만 공개한 먹방 영화 ‘출출한 여자’는 당초 2만∼10만뷰(네티즌이 본 횟수) 정도를 예상했으나 12월 중순 50만뷰를 넘기며 인기몰이 중이다. 제작진은 현재 100만뷰까지 기대하고 있다.

영상은 음식의 핵심인 냄새와 맛을 전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TV 속 식사 장면이 침샘을 자극하는 수준을 넘어 열렬한 호응을 얻는 이유가 뭘까. ‘먹방’이 시청자를 유혹하는 마법을 알아봤다.

① 시청각 장치를 총동원하라

TV는 눈과 귀를 자극한다. 보고 듣는 것만으로 ‘먹고 싶다’는 간절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밥 공기, 음식을 꼭꼭 씹어 삼키는 배우의 얼굴은 식욕을 돋운다. ‘식샤를 합시다’ 제작진은 시각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카메라에 공들였다. 연출은 맡은 박준화 PD는 “배우 얼굴 가까이서 촬영하기 위해 미니 지미집(크레인 카메라)을 사용해 꿈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려 했다”고 밝혔다.

지글지글, 보글보글 같은 소리도 자연상태보다 키운다. 접시나 젓가락의 달그락거림, 오도독 오도독 씹는 소리 모두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청각효과를 위해 제작진은 현장에서 채집한 소리가 부족하면 후반 작업에서 소리를 덧입히기도 한다.

tvN ‘식샤를 합시다’의 방송 장면. ‘먹방’이 시청자에게 소구하는 밑바탕에는 카메라 기술이나 음식 자체를 넘어선 일상의 공유와 공감이 자리하고 있다.
CJ E&M 제공
② 쉽게 떠올리고 만들 수 있는 음식이 포인트


음식은 기억이다. 푸아그라를 맛보지 못했다면 아무리 TV로 봐도 미각세포가 깨어나긴 힘들다. 그러기에 방송에서는 누구나 먹었을 법한 음식을 앞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된장찌개, 라면, 자장면 같은 음식이 제격이다. 한밤중에 후루룩 라면을 먹는 사진만 봐도 입 안 가득 침이 고이지 않는가.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나온 ‘짜파구리’ ‘군카나페’ ‘참짜면’ 등이 인터넷 검색어에 오르내린 것도 우연이 아니다. 구하기 쉬운 재료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음식의 경우 시청자들이 직접 요리해 보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화제가 확대재생산되기도 한다.

③ 허기의 시대… 마음을 파고들어라

‘먹방’이 시청자를 유혹하는 근원에는 최첨단 카메라나 산해진미가 아닌 일상의 공유와 공감이 있다.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마음의 허기를 파고드는 것이다. ‘먹방’의 인기를 혼자 우두커니 밥 먹는 1인 가구의 증가와 연결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출한 여자’의 윤성호 감독은 “별 효과를 넣지 않은 아프리카 TV나 우리 영화의 인기로 볼 때 기술적 완성도가 ‘먹방’의 성공과 직결되진 않는다”며 “요즘 뜨는 ‘먹방’들은 일상적인 이야기 위에 음식을 얹는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여기에는 마음의 허기나 퇴행적 정서가 깔린 것 같다”고 진단했다. 고립된 개인이 ‘먹방’을 보며 누군가와 음식을 나누는 근원적 욕구를 충족한다는 것이다. 또 개인이 직업, 집, 정치 등을 바꾸기 힘든 사회에서 그나마 바꾸기 쉬운 음식으로 자기를 증명한다고 설명한다. 윤 감독은 “‘먹방’은 (우리 사회의) 대안이라기보다 증상”이라며 “우리 영화 역시 이 허기를 밥 한 끼로 채울 수 있을까 묻는 시도”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2012년쯤부터 음식이 주가 되는 틈새 드라마들이 터져 나왔다. 영업사원이 외근 중 음식점서 메뉴를 고르는 ‘고독한 미식가’, 가정주부가 낮에 한 끼를 떼우는 ‘하나씨의 간단요리’ 등은 이야기가 아닌 음식을 전면에 내세웠다. 남성패션지 ‘긱’의 정재혁 에디터는 “이후 매회 막차가 끊겨 근처 음식점에 가는 드라마, 재판정에서 식사하는 드라마 등 음식 드라마가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은아·김승환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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