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단은 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해 12월 미국 버지니아주 허미티지박물관에서 기증형식으로 받아온 조선시대 ‘석가삼존도’ 한 점을 공개했다.
불화는 가로, 세로 3m 정도의 크기로 문양, 표현 방식 등을 볼 때 1730년대에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크게 묘사됐는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석가모니 앞에 그려진 아난 존자와 가섭 존자다. 석가모니의 10대 제자인 이들은 석가모니의 상단부 좌우에 머리만 드러내는 정도로 작게 표현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불화에서는 전신을 드러내고 두 존자가 대화에 열중하고 있어 화면에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안휘준 이사장은 “유례가 없는 특이한 형식”이라며 “우리의 얼굴을 닮은 사실적인 표현을 한 것은 18세기 실학적 문화의 소산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간 적절한 상태에서 보관되지 않아 보존처리를 거쳐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승희 교육과장은 “안료가 들떠 있고, 석가모니의 얼굴 등에는 일부 보수된 흔적이 있어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100년간 외국을 떠돌며 기구한 세월을 보냈던 지라 불화의 귀향은 더욱 반갑다. 1910년대 무단으로 뜯겨져 일본으로 빼돌려졌다가 1930년대 미국으로 건너갔다. 1944년 허미티지박물관에 팔린 이후에는 전시회에 소개되기도 했으나 40년간 둥글게 말린 채 천장에 두어 방치하다시피 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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