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은 예부터 ‘일해백리’로 불렸다. 냄새만 빼면 모든 면이 몸에 이롭다는 뜻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던 먼 옛날부터 마늘은 몸에 활기를 주고 균을 없앤다고 여겼다. 마늘의 이로움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30일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마늘을 건강식품 기능성원료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마늘을 원료로 건강기능식품을 만들 수 있게 된 셈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마늘을 분말 형태로 하루에 0.6∼1g씩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출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분말 마늘 0.6∼1g은 생마늘로 치면 중간 크기로 5∼6알 정도”라며 “건강식품은 약은 아니나 꾸준히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마늘은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외에도 항암·항균·면역 증강 등 몸에 좋은 성분을 듬뿍 함유했다. 한국인 공통의 체취이자 입냄새의 주범으로 몰리지만, 이집트 피라미드에도 등장할 만큼 역사가 오래된 식품이기도 하다.
◆항암·항균·면역 증강 효과 탁월
마늘에는 알리신, 스코르디닌, 게르마늄, 셀레늄 등 다양한 영양 성분이 있다. 특유의 매운 냄새와 맛은 황화합물에서 나온다. 마늘은 바나나나 수박보다 2∼3배 당도가 높지만 매운 맛 때문에 단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마늘 성분 중 알리신은 균이 침입하거나 벌레가 공격해오면 뿜어져나온다. 마늘이 상처 입으면 평소 세포에 있던 알리인이 이웃 효소인 알리나제와 만나 순식간에 알리신으로 바뀐다. 알리신으로 인해 톡 쏘는 냄새와 매운 맛이 사방으로 퍼진다. 생마늘을 썰거나 다질 때 눈이 매운 이유는 이 때문이다. 알리신은 살균 작용이 뛰어나다. 과거에는 마늘을 항생제 대신 쓰기도 했다. 알리신은 기름에서 빠르게, 물에서는 느리게 분해돼 몸에 좋은 황화설파이드류로 바뀐다.
마늘의 효능으로는 항암, 항균, 면역 증강, 중금속 해독, 피로 해소 등이 대표적이다. 한 연구에서 쥐에 대장암세포를 접종한 뒤 마늘 추출 성분을 투입한 결과 이 성분이 없을 때는 종양이 1800㎣로 커졌지만, 마늘 성분이 들어간 쥐에서는 500㎣ 정도에서 멈췄다.
마늘은 또 혈관 내 지방 합성을 감소시키고 혈전을 녹여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식중독균, 폐렴균을 억제하며, 비타민 B1의 흡수를 도와 몸이 피곤할 때 먹으면 효과적이다. 나트륨도 제거해준다.
알리신이 위벽을 자극하므로 위가 약하거나 위장병이 있는 이들은 생마늘을 피하는 것이 좋다. 마늘이 혈액응고를 막으므로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섭취를 삼가야 한다. 남해마늘연구소 신정일 총괄연구실장은 “마늘을 굽거나 찌면 일부 휘발성 성분이 날아가지만 알리인 자체에도 기능성이 있기에 생마늘과 익힌 마늘 사이에 영양가 차이는 많지 않다”며 “마늘을 굽거나 찌면 그나마 열에 의한 손실을 방지하며 먹기에도 좋다”고 밝혔다.
마늘 냄새가 싫다면 우유나 된장국 등 단백질 식품과 함께 먹거나 녹차, 커피와 즐기면 냄새가 줄어든다.
마늘은 밭에서 갓 뽑아냈을 때보다 저장 기간을 거쳐 수분 함량이 줄어든 상태일 때 일반 가정에서 보관하기에 좋다. 신 연구실장은 “지역마다 수확 시기가 약간 차이가 있지만 남해산의 경우 5월말 수확해서 건조한 뒤 8∼9월쯤 시장에 나왔을 때 사면 좋다”고 밝혔다. 마늘은 국내에서는 양념으로 많이 쓰이지만 이외에도 요리의 주재료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마늘 장아찌의 간장이나 마늘청, 마늘 식초를 요리에 활용하면 맛과 영양이 배가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마늘을 튀겨서 얹거나 파스타에 썰어넣고 가루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섭취한다. 충남 태안군 농업기술센터는 마늘탕수, 마늘초콜릿, 마늘오징어롤조림 등 마늘을 활용한 색다른 메뉴를 홈페이지(www.taeannongup.com)에 공개해놓았다.
경상남도 남해의 마늘밭 전경. 남해마늘연구소 제공 |
마늘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2500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집트 쿠프왕의 피라미드 벽면에는 피라미드를 세운 일꾼들에게 마늘과 양파를 주었다고 적혀 있다. 고대 바빌로니아 점토판에도 마늘을 주문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히포크라테스는 마늘을 통증 완화 등에 처방했다. 그리스 올림픽 선수들,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에 동원된 병사들, 로마 시대 군인 역시 마늘을 먹었다. 그만큼 마늘이 활력에 좋다고 여겼다.
중국에서는 발열, 두통 등에 마늘차를 활용했다. 동양에도 자생적인 마늘이 있었으나 현재의 마늘은 한나라때 장건이 서역에서 들여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사기에 ‘입추 후 해일에 마늘밭에서 후농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학계는 통일신라시대에 이미 마늘을 재배한 것으로 추정한다.
신 연구실장은 “단군신화에서도 곰이 100일 동안 마늘을 먹었다”며 “보통 몸에 좋다는 음식을 며칠 먹어보다가 중단하고 효과가 있다, 없다 하는데 마늘을 꾸준히 먹으면 건강을 지키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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