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성장률은 3%대 후반으로 지난해보다 1%포인트가량 높아질 전망인데 중산·서민층 체감경기는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만으로는 치료되지 않는 중병이 양극화다. 경제혁신 목표수치 4·7·4가 이뤄진다 해도 양극화가 완화하지 않는 한 ‘지표 따로, 체감 따로’ 경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지표와 체감의 괴리는 더욱 벌어질 개연성이 크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3.8%인 데 비해 고용가중성장률은 3.4%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0.4%포인트 격차인데 2011년 이후 최대 격차다.
고용가중성장률은 산업별 고용인원에 가중치를 둬 산출하는 성장률로, 한은이 경제지표와 체감경기 간에 차이가 나는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도입했다. 이 격차는 2011년 0.5%포인트에서 2012년 0.1%포인트, 2013년 0%포인트(추정치)로 호전되다가 올해 다시 악화하는 것이다. 나승호 한은 조사총괄팀 차장은 “고용인원 비중이 작은 제조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고용인원이 많은 서비스업의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쪼그라드는 가계 몫도 체감경기 악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국민총소득(GNI) 중 가계 몫 비중은 하락하는 추세다. 2001년 67.5%에서 해마다 하락해 2011년 62.0%까지 떨어졌다. 2012년 62.3%로 반등하기는 했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독일, 미국, 영국, 프랑스는 모두 70%대이고 2011년 기준 OECD 평균은 68.8%이다. 그만큼 한국의 가계는 경제성장의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연장선에서 1인당 GNI 2559만원(2012년)도 체감하기 어려운 없는 지표다. 여기에서 정부나 기업 몫을 제외하고 국민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1인당 개인총처분가능소득(PGDI)이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소득지표인데 이는 1482만원에 불과했다. 국민총소득 중 실제 국민 몫은 57.9%로 비중이 더 작아지는 것이다.
이런 터에 올해는 가계부채라는 복병이 가계를 급습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융불안 가능성에 대해 “외국자금 이탈 확대로 금리가 오르게 되면 100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에 상당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실물경제의 급격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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