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칠봉이와 ‘응사’ 한 편으로 응원해주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칠봉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그게 쌓여서 이번에 칠봉이의 모습까지도 사랑해주시지 않았을까요? 그런 면에서 ‘응사’는 의미가 깊은 작품이에요.”
경상남도 진주 출신인 유연석은 팔도 대학생이 모인 ‘신촌하숙’에서 유일한 서울학생 역을 맡아 세련된 매너를 선보이며 여심을 동하게 만들었다. 칠봉이는 야구장 안에서는 냉정함을 잃지 않는 야구선수지만 사랑 앞에서 무장해제되는 캐릭터. 유연석은 프로페셔널한 야구선수의 면모를 연기할 때 메이저리거 류현진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야구선수 칠봉이를 연기할 때 실제 모델을 두진 않았어요. 단 투수의 포커페이스는 류현진 선수의 모습이 보였으면 했죠. 감독님이 류현진 선수처럼 경기 중 무던한 모습이나 경기 내용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모습이 보이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야구선수들의 투구 폼이나 인터뷰하는 모습도 찾아보면서 칠봉이를 공부했죠. 2년 전부터 사회인 야구팀에서 투수로 뛰면서 야구를 접한 것도 도움이 됐어요.”
유연석은 야구장에서 나정(고아라 분)에게 공을 던져주며 좋아하는 마음을 슬쩍 드러낸 장면을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떠올렸다.
“야구장 신은 칠봉이의 매력을 명확하게 보여준 장면이었어요. 경기에서 이긴 뒤 팬스를 거닐며 나정에게 공을 던져주는 장면에서 칠봉이의 매력이 극대화됐던 것 같아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 다른 매력을 지닌 남녀의 삼각관계 중심이 될 거라는 설명만 들었어요. 사랑이라는 게 이뤄진다고 온전한 것이 아니고, 헤어졌다고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려고만 하지 않고, 그 사람을 위해 용기 있게 떠날 줄 아는 칠봉의 첫사랑 결말도 맘에 들었어요. 이번에도 짝사랑하는 캐릭터라고 해서 아쉽진 않았어요.”
그간 유연석은 영화 ‘건축학개론’ ‘늑대소년’ 등에서 악역이나 짝사랑 이미지로 대중에 비춰졌다. 하지만 유연석은 ‘응사’를 통해 기존 악역 이미지를 상기시킬 수 없을 만큼 선한 매력을 드러내며 ‘선악이 공존하는 얼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다양한 역할을 해왔는데 유독 흥행한 작품 속 캐릭터가 악역이고 그게 각인이 되어서 주로 악역만 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악한 이미지의 틀에 매일거라는 조바심은 없었어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다른 이미지로 바라봐 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선악이 공존한다는 말씀이 감사해요.”
‘응사’를 연출한 신원호 PD는 유연석의 악역 이미지 속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그에게 칠봉이 역을 맡겼다. 유연석은 “감독님이 직접 캐스팅 이유를 말씀하진 않았지만 악역 캐릭터 속 선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꺼내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유연석은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돋보이는 매력으로 그려준 신원호 PD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감독님이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에게도 주·조연 할 것 없이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거라고 약속하셨어요. 지금껏 재능을 가졌지만 빛을 못 본 배우들을 빛나게 해주실 거라는 말씀도 해주셨고요. 다들 믿음이 컸는데 실제 그렇게 됐어요. 칠봉이로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릴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다음 작품도 지금껏 해온 마음가짐과 똑같이 임할 거예요. 사실 이전과 달리 저를 향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혹여 달라질까봐 걱정돼요. 포부나 목표보다는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만 생각하려고 해요.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응사’는 유연석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발견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의 필모그래피에 잊지 못할 작품으로 기억될 만하다. 유연석 또한 ‘응사’ 그리고 칠봉이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캐릭터로 대중에 다가가겠노라 각오를 밝혔다.
“지금까지 작품 캐릭터가 모두 가슴 속에 크게 자리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각인된 적은 없었기에 의미가 남달라요. 데뷔 10년째, 30대의 시작에 만난 캐릭터라 저에게 큰 의미로 와닿은 작품이었어요. 늘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뵈려고 고민하고 있으니 앞으로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려요.”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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