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42)씨는 중학생 아들의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잡았던 이사 계획을 포기했다. 8학군보다 인근 혁신학교가 낫겠다는 생각에서다. 김씨는 “혁신학교 교육여건이 강남 못지않은 것 같다”며 “비싼 비용 부담을 안고 강남으로 이사해 무리하게 공부시킬 필요도 없고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고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2.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갈 아들을 둔 주부 최모(35)씨는 혁신학교를 배정받을 수 있는 아파트를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혁신학교 입학이 가능한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의 집값 격차가 2억원 가까이 났기 때문이다. 최씨는 “학군의 위력이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맹모들의 치맛바람이 전셋값 상승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학년이 바뀌는 겨울방학을 이용해 강남8학군으로 진입하기 위한 맹모들이 몰려들어 전셋값이 요동치는 것은 이제 ‘연중행사’가 됐다.
학군이 우수한 지역은 기본적으로 서울 평균치를 웃도는 데다, 입학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이 더 높게 치솟고 있다.
◆ 맹모 관심지역, 전세 품귀현상 빚어
양천구 목동 A공인 관계자는 “원래 이맘때면 학군 수요로 동네가 들썩인다”며 “올해는 예년보다 전세물량 자체가 줄어버린 탓에 수요가 더 넘친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 대치동, 목동, 도곡동, 반포동 등 맹모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지역에 전세 품귀현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최근 KB부동산 전세 시세를 보면 서울 강남구 도곡동은 1㎡당 49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420만원)보다 72만원이나 올랐다.
대치동도 487만원으로 77만원 상승했다. 서초구 반포동(528만원) 역시 94만원, 송파구 잠실동(498만원) 92만원, 양천구 목동(347만원)도 36만원 오른 값에 거래되고 있다(1월 2주차 기준).
◆ ‘교육 1번지’ 대치동이 죽었다지만…
강남구 대치동 B공인 대표는 “’교육 1번지’였던 대치동이 죽었다고 해도 이곳 전셋값은 서울 여느 지역 아파트 두 채 값을 뛰어넘는다”며 “집이 없는 사람들도 아닌데 그 비싼 돈을 내고 전세로 거주하는 것은 다 교육여건 때문”이라고 전했다.
입주 반년만에 전셋값이 1억7000만원이나 상승한 서울 상도동 '엠코타운 애스턴파크' 아파트 전경. 사진=현대엠코 제공 |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조모(42)씨는 “아무래도 생활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 있는 것이 교육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상대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학교·학부모모임과 체육모임 등을 활성화하기 쉽다”며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다수의 입주자가 강남 일대의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라고 말했다.
◆ 비슷한 수준의 수요자끼리 계약하는 경우 많아
실제 강남의 한 모델하우스에는 30~40대 고소득 전문직들이 대거 입주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생활수준이 비슷한 수요층이 크게 늘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 상담을 신청한 고객 대부분이 이미 분양을 받은 계약자들의 소개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비슷한 수준의 생활 환경을 가진 수요자끼리 계약을 한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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