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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치를 담은 우리말 중에 ‘품앗이’가 있다. 품은 일이고, 앗이는 교환이란 뜻이다. 즉 품갚음이다. 비슷한 말로 두레와 고지(雇只)가 있다. 두레는 촌락공동체 단위로 이루어지는 공동 노동이고, 고지는 논 한 마지기당 값을 정해 모내기부터 마지막 김매기까지 일을 해주기로 하고 미리 받아 쓰는 돈을 말한다. 음식을 먹여주고 품삯을 주며 일을 시키는 것은 놉이다. 고지와 놉은 품앗이할 논 한 마지기도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품팔이다. 모두가 어렵지만 서로 돕고 살던 시절의 미풍양속이다.

‘홀앗이’란 말도 있다. 품앗이할 이웃이 한 명도 없어 모든 살림살이를 도맡아 꾸려나가는 걸 말한다. 깊은 산속에 살던 화전민처럼 이웃과 담을 쌓고 혼자 사는 사람의 생활이다. 요즘 농촌엔 경운기와 이앙기, 트랙터, 콤바인으로 농사짓는 홀앗이가 많이 생겼다. 모내기, 벼베기 때마다 품을 교환하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궂긴 일엔 품앗이가 일부 남아 있긴 하지만 매장이 금지되고 화장이 보편화되면서 그나마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도시에서 품앗이가 되살아나고 있다. 공동육아 품앗이에서 방과후 돌봄가족 품앗이, 반찬 품앗이, 학습 품앗이, 등하교 동행안심 품앗이, 출퇴근 품앗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얼굴조차 모르던 이웃이 가끔 쓰는 공구, 여행가방, 텐트, 스키 장비, 자전거, 백과사전 등을 함께 사용하는 물품공유소를 운영하며 살림 품앗이까지 하는 자치구도 생겨났다.

서울 은평구에서 진행되는 ‘은평e품앗이’는 그중 돋보인다. 품앗이 만찬을 통해 주민 1000여명과 병원·안경점·분식점·수선집·미용실 등 50여개 업소가 가입한 은평e품앗이는 재활용품 교환부터 기술·재능 기부, 밑반찬 교환, 협력육아 등 다양한 품앗이를 되살렸다. 회원이 품앗이 기부를 하면 ‘문(門)’이라는 지역화폐가 담긴 품앗이통장을 받는다. 1문은 1원과 같다. 바자에 참가하거나 책 읽어주기 등 재능을 기부하면 문을 번다. 현금이 없어도 품이나 물품으로 문을 버는 셈이다. 문은 회원 업소에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다. 폐지 노인도 아이들을 봐주거나 교통안내 등 품앗이 프로그램에 동참하며 삶이 달라졌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3년 전에 서울시장 후보 양보했으니) 이번엔 양보받을 차례 아닌가” 하는 안철수 의원의 말이 단연 화제다. 피도 눈물도 없다는 선거판에서 과연 후보 품앗이가 가능할까.

조정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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