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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철새 벨트’ 탄 바이러스… 수도권까지 뚫렸다

입력 : 2014-01-26 18:59:45 수정 : 2014-01-27 10: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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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앞두고 급속 확산 주말을 고비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수도권까지 전파되고, 닭에게서도 발생하는 등 무차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AI는 경기도에서부터 전남 해남까지 서해안에 인접한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어 철새 이동경로와 유사한 확산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AI 확산 책임을 사실상 농가에 전가하는 식의 입장을 내놓고 있어 방역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AI 발생… 닭까지 퍼져

26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서해안에 인접한 경기·충남·전북·전남 지역의 가금류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및 의심신고 등이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AI의 발병원으로 추정되는 철새들이 머물거나 이동하는 서해안 인접 지역에서만 발생함에 따라 앞으로도 철새 이동 경로를 따라 지속적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철새도래지 외에 농장에서는 전북 지역에서만 발생하던 AI가 충남, 전남 등의 농장에서도 발생할 우려가 커짐에 따라 확산 방지 책임이 있는 방역당국의 고심이 크다.

지난 16일 전북 고창의 오리농장에서 첫 발생한 AI는 잠복기(최소 7일에서 최대 21일)를 거쳐 1월 말이 되면 급속도로 확산할 우려가 크다. 더구나 방역당국은 설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을 통해 그동안 발생하지 않던 강원도와 영남지역까지도 AI가 확산할 수도 있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경기도 시화호에서 발견된 철새 분비물에서도 고병원성 AI가 발견돼 서울도 언제든 발생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또 이번 AI가 발생 후 오리보다 저항력이 떨어지는 닭에도 처음으로 발생해 향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기준 닭 사육 마리 수는 산란계와 식용계를 합쳐 1억4131만마리로 오리의 1090만마리보다 13배나 많다.

정홍원 국무총리(오른쪽 두번째)가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총리 집무실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등과 관련한 긴급장관회의를 주재하며 AI 확산 방지를 위한 ‘원스톱 비상체제’ 가동을 지시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정부 대책은 “농가방역 철저”가 전부


정부가 27일 오전 6시부터 12시간 동안 경기와 충남·북, 대전, 세종시 축산 관계자들에 대한 ‘일시 이동중지 명령’(Standstill)을 발동한 것은 AI가 수도권 등으로 확산하는 등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호남 지역에 발동한 바 있는 스탠드스틸을 경기와 충청 지역에 발동한 것은 축산 관계자 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권재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현재의 AI 상황이 전국적으로 수평전파되는 상황들이 아니고, 철새의 분비물에 의한 AI 발생은 산발적으로든 항상 가능성이 있다”며 “산발 발생 가능성은 농가에서 차단방역으로 충분히 막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이번 AI 발생의 책임을 농가로 돌려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권 국장은 “AI 전파 경로가 다양한데, 결국에는 집합점이 축산 농장”이라며 “AI가 발생했다는 의미는 외부에서 위험요인이 어떤 이유로든 농장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이고 농장에서의 소독이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AI가 확산하고 있지만 발병원으로 추정되는 철새에 대한 대책은 이렇다할 게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충남 서천 금강 하구 및 전북 군산 금강호’, ‘경기 화성 시화호’ 반경 10㎞ 내 가금류 농장에 대해 이동을 제한하고, 반경 30㎞ 내 가금류 농장에 대한 소독을 하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이전부터 AI 발생 시 해오던 방역대책을 그대로 하는 것뿐이다. 철새로 AI가 확산하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철새와 관련해 내놓은 대책은 철새도래지 주변 농가에 문자메시지 등으로 철새가 날아오면 알려주는 게 전부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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