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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에 “설에도 오지 마라” 방역 사투

입력 : 2014-01-26 18:30:08 수정 : 2014-01-27 01: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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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조차 제대로 못차릴 판
명절특수 기대 상인들도 울상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축산농가들이 차례상은커녕 자녀들의 고향길조차 막아 2011년에 이어 또다시 쓸쓸한 설 명절을 보내게 됐다. 또 설 차례상 주요 품목으로 사용돼 명절 특수를 기대했던 재래시장의 닭과 오리 판매 상인들이 판매량 감소로 울상을 짓고 있다.

전북 고창군 성내면 축산농가 10가구는 26일 수도권 등 외지에 사는 자녀들에게 이번 설 명절 때 내려오지 말라는 전화를 했다. 이 마을 축산농가들은 전북 고창에서 AI 발생 이후 지난 10일간 AI 감염을 우려해 다른 농장에 가지 않는 등 가급적 이동을 자제해 왔다. 또 농장을 봉쇄한 채 소독과 방역 강화로 아직까지 어느 농가에서도 AI가 발생하지 않아 그마나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설 명절에 자녀들이 귀성해 친척 집 등을 방문할 경우 자칫 AI를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에 자녀들의 귀성길을 막은 것이다. 양계농가 김모(63)씨는 “손자들을 보고 싶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번 설에 고향에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며 “설사 내려온다 해도 워낙 바빠서 명절을 쇨 수도 없다”고 말했다.

축산농가는 올 설 명절 차례상조차 제대로 차리지 못할 상황이다. 하루에 2번 이상 소독을 해야 해 바쁜 데다 차례상에 올릴 물건을 사러 시장에 가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축산농가들은 가정에서 간단하게 차례만 지내고 사람이 이동하는 성묘나 세배를 포기하는 묘안을 짜내고 있다. 축사와 집이 인접해 있는 축산농가들은 아예 이번 설 차례를 지내지 않을 계획이다.

이날 AI 확진 판정을 받은 전남 해남군 송지면 한 마을의 축산농가도 방역대책에 나서느라 설 명절의 들뜬 분위기는 금세 사라졌다. 양계농가 전모(59)씨는 “외부 인력 도움 없이 9만마리의 오리 축사를 소독하려면 하루가 모자란다”며 “이런 마당에 명절 준비는 엄두도 못 낸다”고 하소연했다.

광주·전남북 지역 축산농가들은 2011년에 이어 이번에도 설 명절 대목에 AI가 확산하면서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됐다. 축산농가들은 설 명절보다 자식처럼 키운 닭과 오리를 AI로부터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설 대목에 터진 AI로 판매량이 평년 설의 절반으로 뚝 떨어지자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광주시 양동시장에서 20년째 닭을 파는 이모(59)씨는 “가격도 물어보지 않을 정도로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설 대목에 AI가 발생한 것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한국토종닭협회는 이날 “민족의 명절 설을 앞두고 소비가 50% 이상 급감해 출하가 지연되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사육농가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축산 농가가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게 AI 안전성 등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리 생산과 소비의 주산지인 전남지역이 이번 AI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남지역에서는 1만여 농가가 오리 800만마리를 비롯해 가금류 4100만마리를 사육해 전국 사육량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의 70%가 넘는 오리를 소비하는 호남지역에서 AI 발생 이후 소비가 주춤하면서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부여·고창·해남=임정재·한현묵·한승하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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