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과정 진학을 앞둔 구강희(25)씨는 “인류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과학도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
“나노 수준의 고분자 입자(particle)는 크기가 매우 작아 컨트롤이 어렵습니다. 그 운영 메커니즘의 일부를 규명했어요. 연구를 더 발전시키면 볼록렌즈 같은 디스크 입자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이래도 어렵죠?(웃음)” 구씨는 ‘무슨 논문을 발표했느냐’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한 끝에 이같이 답했다.
구씨는 ‘과학 영재’다. 어릴 적부터 과학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입학했다. 그 후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학사·석사 과정을 거쳐 다음달에 박사 과정에 진학한다. 4년간 대통령과학장학금(2008∼11년) 수상, 한국공학한림원이 후원하는 차세대지식재산리더(YIPL) 운영진 등 경력이 탄탄하다.
“몰입도가 남달랐던 것 같아요.” 구씨는 학업성취도가 뛰어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초등학생 땐 음악과 수학, 중학생 땐 과학에 빠졌다”며 “특히 생물은 진화론부터 심리학까지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신생아 수준으로 잠을 즐기지만 한창 땐 수면시간이 하루 2∼3시간에 불과할 만큼 집중했다. 리더의 삶이 궁금하다는 이유로 경영공학과를 부전공하기도 했다.
책만 붙들고 산 건 아니다. 카이스트 응원단, 멘토링, 특별조교 등 교과외 활동 또한 왕성했다. 특허공모전 입상 경력도 지녔다.
“가장 뿌듯한 경험은 카이스트 응원단 활동입니다. 학생들에게 애교심을 고취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하다보니 교내·외 활동이 정말 많았어요. 남을 고무시킨다는 것은 무척 매력적인 일입니다.”
구씨는 “응원단을 맡으면 방학은 통째로 훈련에 투입하고 학기 중에도 수시로 공연 일정이 잡힌다”며 “시간을 뺏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시간 관리를 더 철저히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신만의 시간관리가 왕성한 활동의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구씨는 “10년째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면서 “혼자 집에서 계획을 세워 공부하는 습관이 자연스레 몸에 밴 것 같다”고 말했다.
구씨의 꿈은 ‘아이디어 뱅크’다. 그는 “제 연구의 키워드는 고분자와 나노”라며 “이 분야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대학 교수라는 희망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발표를 위한 연구는 차고 넘치지만 인류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연구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인류에 기여한 연구자로 기록되고 싶습니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만큼이나 포부가 당당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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