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에 수십곳 도산 위기
제주도로부터 1종 미술관 설립 승인을 받아 관광진흥기금 융자(28억원) 대상자로 확정됐다. 하지만 8년 전 국내 최초로 인근에 개장한 성 테마파크가 제주도와 의회에 유사 테마 관광지 설립을 규제해 달라는 진정서를 내면서 ‘짝퉁’ 논란이 불거졌다.
제주도는 논란이 일자 이 테마공원이 신청한 박물관(미술관) 설립 변경 계획에 대해 불승인 처분을 내리고 기금도 회수했다. 하지만 탁상행정으로 업체 간 분쟁을 초래하고 유사 테마 박물관 난립을 방조했다는 빌미를 제공했다.
현재 제주도에 등록된 박물관과 미술관은 모두 72곳. 미등록 박물관과 미술관까지 포함하면 100여곳에 달한다. 제주도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늘면서 2010년 박물관 5곳이 신설됐으며 2011년 4곳, 2012년 9곳, 지난해 3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제주도가 ‘박물관 천국’으로 불리는 이유다. 해마다 새롭게 간판을 단 박물관이 늘어났다고 ‘볼거리’가 많아진 건 아니다. 서로 비슷한 콘텐츠로 호객하는 박물관이 적잖아서다. 2009년 국내 최초로 서귀포시 표선면에 착시 테마파크가 들어서자 착시현상을 이용한 미술관이 2곳 더 생겼다. 유리와 곰, 미니어처를 테마로 한 박물관은 각각 3곳이 운영 중이다.
이처럼 유사 박물관이 난립하면서 일부 업체들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에 1인당 입장료의 80% 이상을 송객 수수료로 지급하며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만 사설박물관 2곳이 경영 악화로 폐업했으며, 누적적자로 문을 닫을 상황에 처한 박물관은 수십곳에 이른다.
박여성 제주대 스토리텔링학과 교수는 “문화콘텐츠에 대한 고민 없이 조잡한 주제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복제품 수준의 사설 박물관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단체장 치적을 위해 알맹이 없이 무턱대고 박물관 건립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박물관 품질을 따져보는 평가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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