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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혈세 수십억씩 들여 지어놓고… 하루 관람객은 고작 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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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2-08 06:00:00 수정 : 2014-02-08 12: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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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 생초면 산청박물관은 2005년 어서리 생초 고분군에서 출토된 선사시대 유물 전시를 위해 건립됐다. 20억원의 예산이 들어갔지만 전시 유물 108점 중 82점이 복제품이다. 100점 이상의 유물을 확보해야 하는 공공박물관 등록기준조차 맞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물관의 나머지 공간은 사진들로 채워졌다. 지난해 관람객은 모두 5200명. 하루 평균 14명꼴이다. 입장료가 무료이니 수입은 전무했다. 박물관 운영비는 2600만원이 사용됐다. 전북 정읍시가 운영하는 ‘고부민속유물전시관’은 구한말 고부군 일대에서 수집된 민속 유물 110점을 전시하고 있지만 관람객은 하루 평균 10명이 안 된다. 임실군 심평생활사박물관의 지난해 관람객은 하루 1명꼴인 400명에 불과했다.


◆혈세 새는 공립박물관…관람객은 하루 평균 두 자릿수

박물관의 상당수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세금이 투입됐지만 찾는 이들은 거의 없다. 전국에 등록된 박물관은 2012년 12월 말 기준 740곳이다. 2005년 364곳보다 배 이상 늘었다. 3곳 중 1곳꼴로 하루 평균 관람객이 100명에도 못 미친다. 연간 3600명, 하루 평균 10명의 관람객도 찾지 않는 곳은 126곳(17%)에 달했다.

시민들이 찾지 않아 문을 닫은 박물관도 있다. 울산 옥현유적전시관이 그런 경우다. 인근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청동기시대 집터와 논 등이 발굴되면서 2002년 건축됐지만 복제품만 전시됐다. 하루 평균 관람객이 10명꼴이었지만 운영비는 연간 5000여만원이 들어갔다. 문화재청은 2012년 8월 이 전시관에 보존조치유적 해제 조치를 내렸다. 울산시는 주민 뜻에 따라 전시관을 리모델링해 도서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박물관 운영을 위한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한 박물관도 있다. 전남지역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 공립박물관은 30곳. 사업비 2900억원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14곳이 미등록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법에 명시된 전시공간과 유물 보존 공간, 학예연구사 배치 등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광역시·도에 박물관을 등록하려면 82㎡ 이상의 전시실과 수장고, 화재·도난 방지시설을 갖추고 학예연구사 1명 이상을 고용해야 가능하다.

이들 박물관은 모두 유물관리와 교육, 전시, 프로그램 운영 등을 맡는 학예연구사가 없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무원들이 학예연구사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미등록 박물관 중 3곳은 소장유물 자체가 부족해 박물관으로 등록할 수 없었고, 9곳은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가 없었다. 전시실 규모가 작거나 화재온도방지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각각 1곳이었다. 일부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을 들여 등록박물관으로 지정해도 박물관 유지에 드는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가 버거워 등록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박물관 천국이라 불리는 제주도에는 테마별 원조 박물관을 모방하고 베낀 짝퉁 혹은 아류 박물관들이 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유사 성 테마 박물관과 미술관, 유사 미니어처 테마 공원, 유사 곰인형 테마 박물관, 유사 유리 테마 공원의 모습이다.
◆부실 박물관 수두룩… 운영은 적자투성이


박물관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탓에 지난해 전남 지역 박물관의 적자는 448억원에 달했다. 2010년 136억원, 2011년 151억원, 2012년 159억원으로 해마다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제주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해마다 수억원의 관리운영비용이 들어가지만,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방문객 수 등으로 적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제주도 내 15개 국공립 미술·박물관 중 제주도립미술관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2006년 제주시 구좌읍에 건립된 제주해녀박물관은 설립 3년 만인 2009년부터 적자가 1억원을 넘어섰다. 2012년 2억1000만원, 지난해 3억3000만원으로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돌문화공원과 민속자연사박물관, 별빛누리공원 등도 1억∼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복사한 것처럼 유사한 박물관이 중복운영돼 관람객을 유치하지 못하는 곳도 많다. 강원 고성군은 2007년 6월 과거 남북출입사무소의 출입통제구역(CIQ)으로 쓰였던 건물을 활용해 ‘6·25 전쟁체험기념관’을 개관했다. 2년 뒤에는 강원도가 고성군에 거액의 도비를 들여 비슷한 성격의 DMZ박물관을 건립했다. 화천군에는 2005년 개관한 ‘파로호안보전시관’과 2008년 문을 연 ‘베트남참전용사만남의장’이 그렇다. 강원도 관계자는 “건립 당시 중복 전시성 성격의 건립이었다는 여론이 많았는데도 도비와 국비를 들여 거대하게 지었다”면서 “당시 지적대로 관람수입이 운영비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박물관은 관람료 수입으로 직원급여와 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해 세금을 지원받고 있다.

관람객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적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지자체가 운영 능력과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박물관 수를 늘린 때문이다. 까다롭지 않은 설립 규정도 박물관 난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은 지자체가 예산과 조례를 마련하면 설립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원도 박물관 관계자는 “사립박물관의 경우 신고만 하면 운영이 가능한 데다 아주 싼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세제 혜택도 받고 있다”며 “설립단계부터 박물관에 대한 엄격한 타당성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임성준 기자·전국종합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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