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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망한 수학강국… 고교 절반 ‘낙제점’

입력 : 2014-02-10 06:00:00 수정 : 2014-02-10 0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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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년간 中·高1 내신성적 분석 결과
일반고 48% 평균 50점 미만… 국제대회 성적과 대조
대입도움 안돼 문과생 ‘수포자’ 양상… 교육개혁 시급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수학 1위’, ‘2013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종합 2위’,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ICM) 유치’….

얼핏 보면 ‘수학 강국 코리아’라고 부를 만한 성과들이다. 하지만 한국 수학 교육의 실상은 딴판이다. 소수의 성적 우수자를 제외한 중·고교의 상당수 학생이 ‘수포자(수학 포기자)’로 전락했다. 창의적 사고력 신장을 위한 기초학문인 수학이 교육 현장에서 ‘입시용’ 과목으로 다뤄지면서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떨어뜨린 탓이다. 이는 세계일보가 9일 입시업체 하늘교육과 함께 ‘2014 한국 수학의 해’를 맞아 최근 2년간 전국 중학교와 일반계고의 1학년 1학기 과목별 내신 평균점수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달 ICM 유치(8월13∼21일)를 기념해 올해를 한국 수학의 해로 선포하고 “수학 선진국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홍보한 바 있으나 본보가 분석한 학교알리미의 전국 일반계고 수학 내신 평균성적은 이런 정부의 자신감을 무색하게 했다.

분석 결과 지난해 기준 1658개 일반계고 가운데 797곳(48.1%)의 학교별 수학 평균점수가 50점 미만이었다. 평균 50점 미만 고교 비율 48.1%는 전년도 45.3%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국어와 영어성적이 50점 미만인 학교의 비율 각각 5.9%와 21.1%에 비교해 큰 차이가 났다. 그만큼 수학의 학력 저하가 심하다는 얘기다. 특히 중학교 3197곳 중 수학 50점 미만 학교(114곳)의 비율이 3.6%인 점을 감안하면 상급학교로 갈수록 이런 현상이 뚜렷한 셈이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국어와 영어 내신에 비해 수학 성적이 크게 뒤처지는 것은 많은 학생이 수학 수업을 못 따라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수 학생이 몰리는 특목고, 자사고 등과 달리 대부분 일반계고에서 인문계(문과)·자연계(이과)로 나뉘는 고2부터 문과생을 중심으로 수포자가 양산되고 있다. 지난해 IMO에서 종합 2위를 차지한 우리나라의 출전선수 6명도 모두 과학고와 자사고 학생이었다.

지난해 수능을 치른 일반계고생 정모(19·문과)양은 “수학 자체가 어려운 데다 일부 상위권 대학을 빼면 인문계에서 수능 수학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이 적어 문과생 대부분 수학을 외면한다”며 “수학 시간에 국어·영어 교재를 보거나 잠을 자는 등 딴짓하는 학생이 태반”이라고 수학 수업 분위기를 전했다.

류희찬 한국교원대 교수(수학교육)는 “수학은 논리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학문인 만큼 멀리할수록 국가 인적자원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학생 누구나 수학의 묘미를 느끼고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수학교육을 개혁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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