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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전통 기술… 자격증 논란… 문화재 부실 복구, 이유 있다

입력 : 2014-02-12 20:57:11 수정 : 2014-02-13 07: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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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수리체계 제도 개선’ 공청회
“현장에서의 통제 불능과 품질 저하 등이 우려되고 있다.” “숭례문 논란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상처를 많이 입었지만 용기를 잃지 말자.” 12일 문화재청 주최의 ‘문화재 수리체계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의 강당이 꽉 찼다. 100여석의 좌석이 모자라 바닥에 자리를 잡은 참석자들도 여러 명이었다. 그만큼 열기도 뜨거웠다. 발표자, 토론자는 현행 문화재 수리제도의 문제점을 세세하게 따졌고, 장인들은 현장의 실상을 전했다. 발표자, 토론자가 현실을 모른다는 지적, 문화재청이 수리 현장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숭례문 복구 논란, 자격증 장사 등으로 부도덕한 집단으로 일방적인 매도를 당하는 데 대한 불만도 컸다.

◆사라진 전통 기술…상식적이지 못한 수리 체계

문화재 수리의 대원칙인 ‘원형보존’은 전통기술의 계승과 직결된다. 숭례문 복구 완료 당시 가장 강조됐던 것도 이 부분이었다. 그러나 명맥이 끊긴 전통기술을 지금에 와서 복원해 활용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명지대 김왕직 교수는 수리품셈(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의 적정한 예정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기초자료) 제도를 다룬 발표문에서 “전통의 재료와 기술이 완벽하게 전제되어 있지 않은 채 지금의 문화재 수리 현황에 근거해 품셈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전통기법에 의한 공정과 재료 등에 대한 기초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전통 연장 가운데 거중기, 달구, 지렛대 등은 거의 단절됐고 목재 가공, 석재 채취, 단청 안료 등은 명맥을 잇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품셈 작성은 문화재의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을 원칙으로 해 전통의 기법, 재료, 장인을 최대한 발굴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김식경 이사는 “기계장비의 사용 역시 품셈 산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지금 기계를 쓰는 것이 100년이 지나면 또 전통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격증 시험 개선에 대해서도 이견이 표출됐다. 경북대 정명섭 교수는 “(현재 시험의 응시요건은) 경력 관리와 실무 경력을 따지기 힘들고, 응시가능 학과의 성격, 범위가 불명확하다”며 “한국문화재수리협회 등에 문화재 수리 관련자의 경력관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4년제 대학 졸업 후 5년의 실무경력을 기본요건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건축양식론, 한국건축구조 등 분야별 전공과목의 비중을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능인·기술자 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응시자격을 완화하는 대신 현장실무를 익힐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문화재수리협회 황성순 사무처장은 “자격증을 갖는 것과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별개다. 자격증 진입 장벽을 없애고 실무 능력을 높이기 위한 과정을 두자”고 제안했다.

서울대 전봉희 교수는 발표문 ‘문화재 수리 입찰제도의 개선방안’에서 수리업체의 수행능력 평가점수가 매우 낮게 책정되어 있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전 교수는 “(수리업체 선정에서) 수행능력 20%, 입찰가격 80%의 비율로 책정되어 있다”며 “한번 훼손되면 가치를 되돌릴 수 없는 문화유산을 다루는 공사에서 가격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화재 수리는 전통 기술과 재료을 적극 활용하는 게 원칙이지만, 명맥이 끊기면서 실제 수리 현장에서 적용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숭례문 복구는 전통 기술의 활용이 가장 강조되었지만 여러 가지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은 숭례문 복구 공사 당시의 현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수리장인·업체, 도매금 매도에 억울함 토로

이날 공청회는 숭례문 복구 논란, 자격증 장사 등으로 불거진 최근 비난 여론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는 장이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불거진 잡음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되는 데 대해 울분을 토했다.

황 사무처장은 “정부기관이 총동원되어 (문화재 수리업계를) 조직폭력배, 성매매·마약 조직 소탕하자는 것처럼 접근하는 것에 속이 상한다”며 “이전에는 자부심, 자긍심이 있었으나 지금은 차라리 업을 접겠다는 쪽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그는 “법에 위배된 것이 있다면 마땅히 처벌받아야겠으나 문화재 수리업계를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매도는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자격증 대여 문제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밝힌 참석자는 “현장을 전혀 모르는 경찰의 질문에 깜짝 놀랐다”며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수리업체의 영세성은 생각지 않고, 기술자 충원기준만 기계적으로 강요하니 자격증 대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문화재 수리하는 사람들은 모두 도둑놈이 되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재청이 그간 현장 여론의 수렴을 등한시했다는 지적도 잇달았다. 한 기능자는 “현장을 모르는 교수들만 발표자로 나서는 이런 형식적인 공청회에 여러번 실망했었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해서 현장 장인들의 의견을 물어야 하는데, 두루뭉술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는 불만도 있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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