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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대성동과 기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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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2-12 21:29:34 수정 : 2014-02-12 21: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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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남북 분위기가 경색되면 당연히 우리는 불안하죠.” 경기 파주시 대성동 마을 김동구(46) 이장의 말이다. 지난달 취재차 찾았던 대성동은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유일한 민간인 주거지역이다. 휴전선이라 불리는 군사분계선(MDL)에서 400여m 떨어져 있다. 겉모습은 여느 평온한 시골 마을과 다를 바 없지만, 실상은 남북관계의 부침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야만 하는 분단 조국의 최전선이다.

대성동에서 북쪽으로 1.8㎞ 떨어진 곳에는 북한의 선전마을 기정동이 자리 잡고 있다. 걸어서 10분 거리다. 6·25전쟁 전에는 주민들끼리 왕래가 잦았지만, 전쟁 이후 두 마을은 분단을 상징하는 곳이 됐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으로 남북 양측이 DMZ 내에 민간인 마을을 한 곳씩 둔다는 합의에 따라 일주일 후인 8월3일 대성동과 기정동이 조성됐다. 두 마을은 각각 ‘자유의 마을’과 ‘평화의 마을’로 불린다. 

김선영 외교안보부 기자
대성동 마을회관 옥상에 올랐다. 전망대에서나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돼 있었다. 렌즈 안으로 기정동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마을 오솔길로 한 주민이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모습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다. 마을회관 뒤편에는 국내에서 가장 높다는 99.8m의 국기게양대 위로 태극기가 나부꼈다. 가로 18m, 세로 12m인 태극기는 마을 어디서나 한눈에 보일 만큼 컸다. 바람으로 인한 마모가 심해 2∼3개월에 한 번씩 태극기를 교체하는데, 비용만 200만원이 든다. 기정동의 인공기 게양대는 훨씬 높다. 158m로 세계에서 세 번째라고 한다. 게양대에 달린 인공기는 가로 30m, 세로 15m다. 남북 간 체제경쟁이 한창이던 시절 ‘깃대 경쟁’의 산물이다.

대성동 주민 49가구 209명은 국방과 납세의 의무가 면제된다. 유엔군사령부의 보호를 받으며, 대부분 벼농사를 짓고 산다. 주민으로 인정받으려면 1년에 8개월 이상 거주해야 한다. 매일 자정부터 일출 30분 전까지 통행금지도 있다. 주민들은 농사지으러 나갈 때마다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소속 군인들과 동행한다.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 영농활동에 제한을 받기도 한다. 주인을 알 수 없는 땅이어서 집과 농지의 소유권도 없다. 하지만 대성동 주민들은 이런 고충에도 부모 세대부터 살아온 삶의 터전이라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5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3년4개월 만에 전격 합의됐다는 소식에 대성동 주민들이 생각났다. 남북관계의 온도차를 온몸으로 느끼는 주민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전화로 연결된 김 이장은 “합의에 이르기까지 진통이 있을 거라고 들었는데 빨리 합의가 돼 좋다”고 반겼다. 그는 기정동 주민에 대해서도 “우리는 한 동포인데, 이렇게 떨어져 산다는 게 좀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개선돼 대성동 마을 주민의 불안이 조금은 사그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선영 외교안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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