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부산외대, 학생들에게 "언론과 접촉 금지" 지시?

관련이슈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입력 : 2014-02-18 09:44:06 수정 : 2014-02-18 09:44:0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경북 경주마우나오션리조트 강당 붕괴사고는 지붕에 쌓인 눈의 하중을 외벽이 견디지 못해 일어났을 것이라고 일단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눈의 무게뿐 아니라 강당의 구조적인 문제 등 다른 원인도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대구기상대 등에 따르면 경주지역에는 최근 1주일 동안 평균 50㎝가 넘는 눈이 쌓였다. 눈이 1㎡의 면적에 50㎝ 가량 쌓이면 눈 무게만 평균 150㎏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가 난 강당의 바닥 면적을 990㎡ 정도로 보고 지붕의 면적이 바닥 면적과 같다고 하더라도 이 강당 지붕에 쌓인 눈 무게가 148t 이상이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 애초 리조트 강당 설계부터 잘못됐을 가능성

그러나 경주 외동산업단지와 같은 경주지역 공장이나 일부 식당건물 등 비슷한 자재나 형태·구조로 지어진 건물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리조트의 강당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잘못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체육관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설계된 강당의 특성상 건축물 중앙부분 등에 기둥을 아예 설치하지 않도록 설계됐을 가능성이 높다. 강당 중앙 부분에 기둥이 몇 개만 더 설치됐더라도 버틸 수 있는 하중이 훨씬 더 늘어나 붕괴를 막았을 수도 있다.

◆ 정품 자재 미사용 등 부실공사 의혹도 제기돼

아울러 시공 과정에서 정품 자재를 사용하지 않는 등 설계도와 다르게 부실한 공사가 이뤄졌을 의혹도 나왔다.

건설현장에서 일을 많이 했다는 한 30대 목수는 사고 직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TV 화면을 보니 무너진 강당 지붕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H빔은 정품이 아니거나 아예 H빔이 아닐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건축 경험상) 지붕이 무너진 강당은 제대로 공사가 된 구조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리조트 측, 폭설로 쌓인 눈 치우지 않아

강당을 관리하는 리조트 측은 수천명이 참석하는 행사를 유치하고도 제설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행사를 주최한 쪽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행사를 진행했다.

눈이 내리지 않을 때 지붕 위에 쌓인 눈을 어느 정도 치웠더라면 이번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 출입구 닫은 채 행사…사고 더 키웠다

추운 날씨 탓에 학생들이 바람을 막으려고 강당 출입구를 모두 닫고 행사를 한 것도 신속한 대피를 할 수 없어 대형사고로 이어지게 된 요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피한 학생들에 따르면 출입구 반대편에 있는 무대 쪽의 지붕부터 붕괴하자 뒤쪽에 있는 학생들부터 대피를 시작했다. 하지만 출입구 상당수가 닫혀 학생들은 신속하게 대피할 수 없었다고 한다.

◆ 부산외대, 학생들에게 ‘함구령’?…학교 측 "어떠한 지시도 내린 적이 없다"

이와 함께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당시 현장을 빠져 나온 부산외대 학생들에게 '함구령'이 내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산외대와 경북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10분께 체육관 붕괴 징후가 감지됐다. 당시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1200㎡ 규모의 체육관 안에는 학생 560여명이 모여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이후 리조트에 남아있는 학생들에게 학생회 측 간부로 보이는 몇몇 학생들이 "언론과 접촉을 피하라"고 말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또 일부 학생회 간부들은 리조트 건물 밖에서 언론에 사고 당시 현장 상황을 설명하던 학생들에게 "더 이상 말하지 말고 방으로 들어가라"며 강압적으로 지시하기도 했다.

2학년 재학생이라고 밝힌 A씨는 "사고 직후 학생회 간부들이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말라고 했다"며 "인터뷰를 한 학생들의 경우 안 좋은 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외대 학생회 측 한 간부는 "학생들에게 언론과 접촉하지 말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며 "인원 파악 등을 위해 개인행동을 자제하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부산외대 측은 "현재 사고 수습만 하기에도 벅찬 상태"라며 "학생들에게 함구령을 비롯한 어떠한 지시도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 사고 리조트, 사용승인 이후 안전검사 한번도 안 받아

더불어 붕괴된 경북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의 마우나리조트 강당 건물은 사용 승인이 난 이후 4년여 동안 단 한번도 안전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주시에 따르면 붕괴사고가 일어난 마우나리조트 강당 건물은 2009년 9월 체육관 용도로 사용 승인을 받은 단층(1층) 1205㎡의 철골구조로 돼 있다.

경주시는 최근 눈이 많이 내리자 경주지역 주요 건축물에 대해 안전점검을 벌였지만, 사고 건물은 안전검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붕괴된 건물은 안전검사 대상이 아닌 건축물로 분류돼 있어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즉, 일반 근린생활 시설이라도 일정 규모 이하이면 안전검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하늘 '반가운 손인사'
  • 김하늘 '반가운 손인사'
  • 스테이씨 수민 '하트 장인'
  • 스테이씨 윤 '파워풀'
  • 권은비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