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숭례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문화재청이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진흥재단)’의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통기술에 대한 국가 지원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규제가 중심이었던 문화재 주변 지역 정책은 역사문화경관 조성을 유도하는 등 진흥 위주로 틀을 바꾸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17일 이같은 내용의 올해 업무계획 세부내용을 공개했다. 또 숭례문 논란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면서도 경찰 수사, 감사원 감사 등을 종합해 7, 8월쯤에는 보다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올해 세부 업무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
문화재청이 구상 중인 진흥재단은 전통기술과 관련한 연구, 지원, 수집 등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수행한다. 전통 건축에 사용되는 각종 부재(部材)와 재료 등의 수집·보존 및 조사·연전시 등을 담당한다.
전통 재료의 수급관리와 보급확대, 산업화 지원도 재단의 업무다. 전통수리 기법의 조사와 연구 및 전승 활성화와 더불어 경기도 파주에 설립해 북한의 전통건축에 대한 조사·연구 및 보존의 지원을 맡을 예정이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문화재 수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면 진흥재단의 설립이 본격화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통건축을 연구하고 기술개발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기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재 주변지역에 대한 현상 변경을 엄격히 제한해 개발을 원하는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유발했던 정책에 대한 변화도 꾀하기로 했다.
현상변경 허용기준 범위 내에서 지역의 역사문화경관 조성을 유도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허용기준을 준수하고, 문화재와 조화로운 건축을 할 경우 건축비 지원 등 인센티브제의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규제강도에 따라 조세감면, 주민지원 등의 단계적 보상을 해주는 지원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또 현상변경 허용기준의 적정성을 5년 단위로 재검토하는 제도를 신설한다. 사회·경제적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상변경 허가사항 이행실태 등에 대한 사후 관리를 강화한다.
아울러 민간부문이 발주한 30만㎡ 미만 매장문화재 지표조사에 대해서 비용을 전부 국가가 지원하는 등의 계획을 마련했다.
문화재청은 전통기술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인식에 따라 올해 전통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사업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사진은 장인이 수키와을 만들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부실 숭례문 복구, 자격증 장사, 소속 공무원의 뇌물수수 의혹 등 최근 문화재 수리 체계와 관련된 잡음에 대해 문화재청은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경찰의 수사와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문화재청이 독자적으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박영대 차장은 문화재청 공무원이 문화재 수리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진술이 나왔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중간에 우리(문화재청)가 뭔가를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 감사 결과가 나오면 숭례문 수리 등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임을 밝혔다. 경찰, 감사원의 조사 결과는 다음달이나 4월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감사원의 현지 감사는 지난 주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나선화 청장은 “지금 상황은 우리로서도 답답하다”며 “그러나 7, 8월 정도가 되면 논란을 정리하고, 숭례문 수리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수 있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그는 또 “모든 잘못된 것들에 대해 환골탈태의 마음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비리를 척결해 올바로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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