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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 모두가 문화의 주체가 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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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2-18 21:54:43 수정 : 2014-02-18 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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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의 올해 업무계획은 ‘문화융성-국민체감의 시작’을 주제로 삼아 국민 문화체감 확대, 인문·전통의 재발견, 문화기반 핵심 서비스산업 육성, 문화가치의 확산 등 네 가지 정책 기조를 제시한다. 선진국의 정책 우선순위가 국민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 영역으로 옮겨가는 추세에 비춰 볼 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당시 국민에게 약속한 4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문화융성’을 꼽은 건 획기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생활에 질서와 의미를 부여하는 가치체계로서의 문화 개념과 아름다움의 실천을 추구하는 기술로서의 예술이 하나로 결합했다. 사회의 생산력과 소비의 품격을 동시에 높이는 삶의 틀로서의 문화가 필요해진 이유가 그것이다. 인문정신과 가치의 진흥을 강조한 것은 인문가치가 예술의 ‘내용’을 채워주고, 또 예술은 정신문화를 아름다운 ‘형식’으로 실천케 하는 선순환적 상호작용을 위한 것이다. 여기에 표현과 구성의 수단으로서 과학기술이 매개할 때 새로운 의미와 감동과 아름다움을 창출할 수 있다.

김광억 서울대 명예교수·인류학
무엇보다 문화의 주체가 국민이란 점이 중요하다. 이전에는 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분리하고, 둘 사이를 시장논리로만 인식했다. 그러나 이제 생활 속의 문화를 확산하고, 지역문화의 특성과 자생력을 강화하며, 지역 문화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이 문화의 생산자 겸 유통자 겸 향유자가 되는 시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국민 전체의 문화능력 제고에 정부가 눈을 뜬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장기적으로 자생적 문화융성의 토양을 구축하기 때문이다. 문화 향유의 공간을 넓히고 생산 기회를 민주화하는 건 ‘문화대국’으로 가는 핵심적 정책이다. 문화 영향평가 및 협업의 강화와 문화산업 네트워크 구축은 획일적인 문화전시산업 대신 지역의 전통과 역사와 환경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 문화를 만들어낸다. 이것이야말로 다양성이 숨 쉬는 문화국가를 도모하는 길이다.

문화융성의 핵심적 자산으로서 강조된 인문가치와 정신문화는 우리 전통문화의 재인식은 물론 통일과 다민족사회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연결되면 좋겠다. 평화와 화해, 그리고 배려의 철학이 깔린 미래지향적 문화를 개발해야 한다. 또 문화의 일상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와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의식주 생활 부문과 거리와 동네가 모두 문화 실천의 공간이다. 예술작품, 체육시설, 박물관·도서관 건물이 공원·녹지와 어울려 있어야 한다. 공기·물·바람·냄새·색깔·소리·공간·장소·풍경 등 모든 것이 하나의 체계를 이뤄 독특한 감정과 미적 흥취와 의미를 주는 문화경관을 형성하고, 언어와 행동이 품격을 갖출 때 누구나 품위 있고 아름답게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금년도 문체부 업무보고는 새로운 차원의 문화국가를 추구하는 것으로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이제 남은 건 과연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문화산업의 다양한 분과와 영역이 서로 유기적 관계를 이뤄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융성의 기획도 문체부 외에 모든 관계 부처의 협력이 있어야 실현이 가능하다. 문화융성위원회가 지속성을 갖고 범정부적·통합적 기능을 강화할 때 ‘문화대국’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김광억 서울대 명예교수·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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