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를 나부끼며 하얀 머리띠를 두른 수십여명의 시위대가 오가는 사람들을 향해 ‘다케시마’를 목 터져라 외치고 있었다.
‘가깝고도 먼 일본’이라는 생각에 복잡해진 머리를 식힐 겸 짐을 풀자마자 신주쿠역 주변의 한 일식집에 들른 기자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몇몇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한국의 진로 소주를 앞에 놓고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직장인 엔도(30)씨는 “일본 증류식 소주는 특유의 진한 향 때문에 부담이 가지만, 진로 소주는 대부분 음식과 잘 어울리는 데다 맛도 깔끔해 ‘미즈와리(찬물을 섞어 마시는 방법)’로 즐겨 마신다”고 말했다.
진로 소주의 원산지를 묻자 나카무라(34)씨는 “일본 술”이라고 말했다. 그럴법도 한 것이 진로가 일본에 진출한 지 올해로 35년이 될 정도로 진로 소주가 일본 시장에 깊숙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지난 16일 일본의 한 일식집에서 고객들이 진로 소주로 건배하고 있다. |
이 세 가지에 대해 세계 최고라는 일본인들의 자긍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 어느 나라 기업이 들어와도 백발백중 실패한다는 말로, 그만큼 일본에서 술장사를 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이런 폐쇄적인 일본 시장에서 진로의 성공은 가히 기적이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 신주쿠 등 유명 유흥주점에서의 진로의 위치는 고급 위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적인 브랜드로 통하고 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일본 매출 중 맥주와 소주, 막걸리 비중은 각각 48%, 35%, 14.8%를 차지했다.
양인집 하이트진로 해외사업총괄 사장은 “한국에서 검증된 맛과 품질로 일본 고객 입맛에 맞는 현지화를 진행한 ‘글로컬(Glocal·Global과 Local의 합성어)’ 전략이 통했다”며 “공격적인 시장 개척과 사업모델 개발, 현지화 전략 등을 통해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기환 유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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