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교육은 수학에 대한 흥미를 오히려 떨어뜨린다. 수학은 좋아하는 만큼만 배울 수 있게 해야 한다. 나중에라도 수학이 좋아 다시 공부할 수 있도록 그 싹은 남겨줘야 한다”고 김교수는 조언했다.
그는 또 “수학교육을 문·이과로 나눈 것이 효율적이라는 이도 있지만, 이과 학생에게 너무 많은 수학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요즘 아이처럼 들뜬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운동선수들이 올림픽을 손꼽아 기다리듯 4년마다 돌아오는 수학계의 올림픽인 ‘세계수학자대회(ICM)’가 조만간 열리기 때문이다. 지구촌을 대표하는 수학계 지성이 한자리에 모이는 ICM은 노벨 수학상이라 불리는 ‘필즈 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지는 자리다. 1897년 첫 대회 후 올해로 27회를 맞는 ICM은 처음으로 한국에서 오는 8월13일 막을 올린다. 이번 대회에는 수학자 50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김 교수는 대수 복소 기하 분과에 초청 강연자로 나선다. ICM 분과강연에 초청받는 일은 올림픽으로 치면 한 종목(분과)에서 금메달을 딴 것에 비견된다. 그는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이 큰 만큼 강연에는 기존 연구 성과와 더불어 새로운 내용도 담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수와 허수를 합친 복소수를 좌표로 하는 공간을 다루는 복소기하학은 우주의 원리 등을 규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학문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수학계의 중요한 연구분야인 거울대칭 분야에서 창의적인 업적을 일군 세계적인 권위자이기도 하다. 업적을 인정받아 최근 포스코 ‘2014 청암과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07년 이 상이 제정된 뒤 수학자로는 김 교수가 두 번째 영예를 안았다. 그는 “수학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하고 새로운 접근 방식과 이론을 개발하고 창의적인 관점에서 거울대칭 분야를 개척한 공로를 좋게 봐준 것 같다”고 말했다.
흔히 수학자는 수와 기하의 아름다움에 취해 지적 희열을 추구하는 심미주의자로 통한다. 김 교수도 그랬다. 그는 “무엇이 수학에 몰입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느냐고 묻는다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이라고 답한다”며 “그런 맥락에서 예술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통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수식에서 도대체 어떻게 아름다움을 찾는다는 얘기인지 그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답은 대칭성에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나비의 두 날개가 대칭을 이뤄 아름답듯 인간의 얼굴 역시 마찬가지”라며 “수나 공간을 연구하는 수학자 역시 이런 아름다운 대칭성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자연과 물질, 생명의 근본에는 이런 대칭성이 있고, 이를 수로 표현하고 밝혀낼 수 있다는 믿음이 수학적 심미주의의 바탕이라고 짐작해본다. 그렇더라도 수많은 난제를 운명처럼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수학자의 삶은 일반인에게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김 교수는 “수학자는 자유롭지만 외로운 직업”이라고 고백했다. 홀로 골똘히 궁리하면서 내면을 파고드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만큼 외로움에도 익숙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수학을 ‘블루오션’이라고 소개한다. 도전해야 할 난제가 무궁무진해서다. 그렇기에 수학자는 ‘긴 호흡’으로 연구에 매달려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김 교수는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스웨덴의 왕립 미타그-레플러 수학 연구소 연구원과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 방문연구 조교수를 거쳐 1999년 포항공대 수학과에 부임했다. 2003년부터 고등과학원에서 재직 중이다.
글=황계식, 사진=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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