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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위안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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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12 22:18:16 수정 : 2014-03-12 22: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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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할머니들이 울고 있다. 성노예로 끌려다니던 열일곱 소녀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들의 눈물은 한시도 마를 날이 없었다.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선 어제도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할머니들의 집회가 열렸다. 할머니들은 그동안 쏟아지는 폭우를 맞고 중국 미세먼지를 뒤집어쓰면서도 매주 수요일 한번도 집회를 거르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의 메아리는 아직 없다.

수요집회는 어제로 1117번째다. 그간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남을 세월이 흘렀다. 어떤 일이라도 10년을 꾸준히 하면 큰 힘이 되고, 20년을 하면 거대한 힘이 되고, 30년을 하면 역사가 된다는 말이 있다. 할머니들의 외침은 거대한 힘을 넘어 이제 역사가 되고 있다.

위안부 유산이 인류 역사로 길이 남을 모양이다. 미국 뉴욕 유엔여성지위위원회에 참석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어제 “국내와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 흩어진 위안부 기록을 모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 수집과 유산 등재를 위해 다른 피해국과의 연대도 추진한다고 한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일본의 양심을 깨우고, 인류 보편의 인권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다.

위안부 할머니가 아픈 유산에 아름다운 선행을 보탰다.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황금자 할머니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써 달라”며 유산 7000만원을 서울 강서구장학회에 전액 기부했다는 소식이다. 황 할머니는 열세 살 무렵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가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 광복 후 고국으로 돌아와서도 평생을 고독하게 보냈다. 빈병과 폐지를 주워 팔아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 할머니가 돈을 모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생전에 이미 세 번에 걸쳐 1억원을 장학금으로 쾌척한 것이다. 아픈 상처를 아름다운 삶으로 엮어낸 한 편의 인생 드라마다.

“한 아이가 벽에 기대어 소리 없이 울고 있다. 그 애의 울음을 달래어 이지러진 그 얼굴에 웃음을 피어나게 하지 못한다면 그 아이는 평생을 두고 내 기억 속에서 울음을 그치지 않을 것이다.”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는 일본이 가슴에 새겨야 할 법정 스님의 어록이다.

일본은 깨달아야 한다. 지금 할머니들의 억울한 눈물을 닦아주지 않으면 일본 국민의 머릿속에는 자기들을 원망하는 모습만 영원히 남을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는 고령으로 이제 55명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은 결코 일본 편이 아니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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