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때 혈흔 남아있는 두루마리, 윤봉길 의사와 바꾼 시계 등 ‘감동’ 등록문화재 587건에서 이름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백범 김구 선생이다. 도장, 시계, 글씨, 옷 등 관련 유물 9점이 등록되어 있다.
저마다의 사연이 없는 문화재가 없겠으나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우뚝 선 ‘거인’으로 꼽히는 백범과 관련된 유물은 그의 생애만큼이나 극적인 이야기와 감동을 전한다.
백범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금은색 각각 1점의 회중시계도 눈여겨보아야 할 유물이다. 시계는 윤봉길 의사과 백범이 교환한 것이다. 금색 시계는 윤봉길이 1932년 4월 구입하여 간직하다 거사를 위해 훙커우공원으로 떠나는 날 아침 백범의 은색 시계와 맞바꿨다. 시계를 교환할 당시의 상황을 백범일지에 이렇게 전한다.
“때마침 7시를 치는 종소리가 들렸다. 윤군은 자기 시계를 꺼내 내 시계와 교환하자고 하였다. ‘제 시계는…이제 1시간밖에 더 소용없습니다.’ 나는 목 메인 목소리로 마지막 작별의 말을 건네었다. ‘후일 지하에서 만납시다.’”
백범의 유품이면서 윤봉길의 유품이기도 한 셈이어서 두 사람의 독립 의지를 헤아리는 상징성이 크다. 금색 시계는 등록문화재 441호로, 은색 시계는 보물 568-3호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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