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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류의 양심을 찌르는 ‘난징 대도살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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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25 21:41:04 수정 : 2014-03-25 21: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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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스라엘 대통령으로부터 명예시민 메달을 받는 사진이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잘못된 과거사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화해한 공로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69년이 되는 오늘날 독일과 일본의 역사 인식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음을 보면서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잘못이 없다고 강변하는 일본 지도자들은 뻔뻔스럽게 역사를 부정하는 억설(臆說)과 망언을 계속한다. 최근 일본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중의원 의원은 아베 총리의 ‘고노담화 계승’을 밝히는 태도 변화로 한·일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는 중에 고노담화를 대체할 새 담화 발표 가능성을 언급하는 망언을 또 쏟아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19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문을 연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것은 몇 권의 책이나 여러 시간의 강연보다 훨씬 효과적인 역사의 증언이다. 계획 중인 ‘731부대’ 만행 전시관도 일본군의 악행을 더욱 부각해 줄 것이다.

일본의 침략과 민간인 대학살의 만행을 가장 생생하고 처절하게 느끼도록 하는 곳은 바로 ‘난징대학살 기념관’ 이다. 이 기념관의 명칭은 ‘중국을 침략한 일본의 난징대도살에 의해 난을 당한 동포 기념관’(侵華日本南京大屠殺遭難同胞紀念館)이다. ‘대도살’이란 어감이 주는 느낌이 강렬하다. 기념관 벽에 쓰인 ‘조난자·VICTIMS 300000’은 피해자 숫자를 바라보는 이들로 하여금 숙연하게 만든다. 더욱이 기념관 벽에 쓰인 ‘1937.12.13∼1938.1’은 학살 만행이 자행된 시간이다.

신용철 경희대 명예교수·사학
우리의 ‘독립기념관’이나 위안부의 ‘평화비’는 부드럽고 우회적이지만 중국은 아주 노골적이고도 직선적으로 표현했다. 인간의 영혼을 자극하는 ‘침 한 방으로 피를 본다’(一針見血)는 식의 강렬한 표현이 아닌가.

‘중국 청소년 교육기지’란 장쩌민 전 주석의 글과 ‘앞 일을 잊지 않아야 뒷 일의 스승이 되며, 역사를 거울로 삼아야 미래를 열어 만들 수 있다’는 경구도 잊지 않았다. 역사의 기술을 중요시하는 중국인은 2012년 4000만자나 되는 78권의 방대한 ‘난징대학살 사료집’을 발간했다. 이는 중국의 첫 통사인 ‘사기’의 80배, ‘자치통감’의 13배나 된다.

기념관 벽에는 살해된 사람의 숫자와 이름과 함께 처참한 사진이 전시돼 있고 당시 그 지역 일본 지휘관과 중국의 사령관 이름을 써 놓아 더욱 실감 나게 해준다. 특히 ‘군마제(軍馬祭)’라는 사진이 보는 이들을 분노하게 한다. 이것은 단적으로 일본군의 잔인한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진이다. 죽은 일본군의 말을 제사지내기 위해 그 말 무덤 앞에 중국군의 잘린 목을 즐비하게 진열한 것이다. 잔혹하게 살해하면서 자랑스럽게 웃고 있는 일본군의 모습, 폭행당하고 죽어가는 부녀자의 시신 사진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기념관의 한 구석에는 그때 죽어간 사람들의 두개골이나 뼈를 자갈이나 모래 위에 그대로 전시해 중국인 후세에게 역사의 아픔을 잊지 않게 하며 치를 떨게 만든다. 지금 이시간에도 과거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는 일본의 지도자들이 반드시 봐야 할 역사의 현장이다.

신용철 경희대 명예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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