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남 담양군의 옛 24번 국도. 길 양쪽으로 장하게 솟은 나무들이 서 있다. 담양의 상징이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히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다. 1970년대 초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 때 담양군이 3∼4년생 메타세쿼이아 묘목을 심은 것이 지금의 울창한 가로수 터널길이 됐다. 각종 기관에서 ‘아름다운 거리숲’, ‘한국의 아름다운 길’ 등으로 손꼽히는 명소다.
전태일 동상과 그 주변, 메타세쿼이아 길은 단순한 ‘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노동운동 발전의 계기를 마련한 장소이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가로수길이다. 형성된 지 50년이 지난 이런 곳을 ‘경관’으로 분류해 등록문화재로 관리, 보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치·경제·사회·과학·군사 등의 부문에서 의미 있는 대상을 문화재로 선정하고, 훼손되는 것을 사전에 막겠다는 취지다.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히는 전남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오른쪽 사진)과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이 된 전태일 열사의 동상이 서 있는 청계천의 전태일 다리와 그 주변 지역은 단순한 풍경 혹은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곳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문화재청 김원기 문화재활용국장은 “법률 개정이 필요하고,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쳐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건조물 중심으로 되어 있는 근대문화재를 다변화해야 한다. 근대기에 형성된 무형 유산도 보호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 작성을 책임졌던 충남대 이정수 교수는 “의미가 있는 경관은 개발 논리에 따라 없어지게 내버려 두지 말고, 보존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단순히 풍경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근현대사 속의 인물, 사건, 가치의 면에서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런 기준에 따라 전태일 동상 주변의 분신 장소, 메타세쿼이아 길 등 경관 유산이 될 수 있는 일종의 ‘후보지’를 제시했다.
한국 최초의 산업단지인 울산공업지구, 포항제철소 등 중공업 단지는 산업경관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보고서는 “1960년대 초 울산공업지구 개발에 착수한 것을 시작으로 산업단지 개발의 역사는 40년에 달한다”며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된 산업지 경관으로서 가치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전남 보성의 녹차밭, 충북 청주의 가로수길, 제주도 상당목장 등은 임업, 목축업 및 숲 등과 관련된 복합 경관의 사례로 꼽았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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