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담배회사인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는 원래 기재부의 관할 공기업이었다. 기재부 입장에서는 과거 자기네가 담당했던 기관에 책임을 묻는 소송이 반가울 리 없다. 현재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IBK기업은행(지분율 6.93%)인데, 기업은행의 최대주주가 기재부(지분율 68.9%)다.
조병욱 사회부 기자 |
건보공단을 관리·감독하는 보건복지부도 담배소송에 반대 의견을 비쳤다. 복지부는 지난 1월 이사회 때도 담배 소송 안건을 정식 의결안건이 아닌 구두 보고안건으로 다뤘다. 담배소송에 반대를 표한 셈이다.
상황이 이같이 진행되면서 이들 부처의 속내를 모를 리 없는 건보공단만 고민에 빠졌다. 건보공단은 애초 지난 24일 소송금액을 결정하고 발표키로 했지만 다음날로 연기했다. 막상 25일이 되자 “관계부처와 논의가 필요하다”며 또 발을 뺐다. 그리고 26일, 소송금액 확정 문제는 아예 제쳐놓고 “외부 변호인단 모집 공고를 내겠다”는 애매한 입장만 밝혔다. 건보공단이 두 거대 부처를 제끼고 일을 추진해나 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센 부처의 힘에 눌려 국민건강권을 되찾는 노력이 좌절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정부가 1년간 금연정책을 위해 쓰는 돈만 200억원이 넘는다. 최고의 금연 홍보효과를 노릴 수 있는 담배소송이 답보상태를 거듭하는 동안 곳곳에서 담배연기가 건강과 함께 타고 있다.
조병욱 사회부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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