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에 배짱영업 기승 28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사거리. 2∼3명 들어설 수 있는 작은 천막 30여개가 눈에 들어왔다. 은색 BMW가 멈추자 기다렸다는 듯 천막 안에서 사람이 뛰어나와 운전자와 교대했다. 차를 도로가에 세운뒤 차번호판을 가리개로 막았다. 불법 주정차 단속용 폐쇄회로(CC)TV 촬영을 방해하기 위한 조치였다. 천막에는 ‘발레파킹’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들이 받는 발레파킹 비용은 3000원. 하루 매상이 수십만원에 달한다. 세금도 없으니 돈이 되는 장사다. 인근의 비싼 주차비를 생각하면 차를 맡긴 고객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하지만 이렇게 세운 차가 없어지면 보상받을 길이 막막해진다. 발레파킹 운전자들이 미등록 업체에서 일하는 탓이다.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경찰서는 청담사거리에서 차량 번호판을 가린 불법주차대행 업체 26곳을 적발해 44명을 처벌했다. 하지만 경찰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불법 발레파킹은 되레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단속이 허술한 틈을 타고 기업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업자는 직원(기사) 수에 따라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한 음식점에서 월 150만∼300만원의 관리비를 받고, 손님들에게는 2000∼5000원씩 주차대행료를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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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골목에서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는 폐쇄회로(CC)TV 앞에 대리주차된 한 차량의 번호판이 플라스틱 A형 선간판으로 가려져 있다. |
“불법인 것은 알지만, 주차공간이 없잖아요.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을 배정받은 주민들에게 사용료를 주면서 영업해요. 가끔 단속이 나오지만 벌금을 조금만 내면 영업하는 데 지장 없어요.” 삼청동에서 만난 한 발레파킹 기사가 실상을 들려줬다.
한 전직 발레파킹 업자는 “직원 5명만 데리고 있어도 순이익이 한달에 1000만원이 넘는다”며 “세금부담이 없고 수익률이 높다 보니 음식점 수십여곳과 계약을 맺고 발레파킹 기사를 보내주는 기업형 업체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발레파킹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주민이다. 불법 영업으로 인해 골목마다 차가 가득 차면서 도보 위에도 불법 주차가 이뤄지기 일쑤다. 당연히 보행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고, 화재라도 발생한다면 소방차 통행이 어려워져 불이 크게 번질 우려도 있다. 더욱이 주민들이 차를 세우는 것도 어려워졌다.
글·사진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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