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온라인광고대행 업계에 충격파가 전해졌다. AIA생명 온라인광고대행 프레젠테이션에서 설립된 지 2년밖에 안 된 ‘디퍼플’이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프레젠테이션에는 업계에서 빅5로 손꼽히는 E사 등 4개 업체가 참여해 디퍼플은 경쟁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디퍼플은 최고 점수를 받으며 2년간 AIA생명 온라인 부문 광고를 맡게 됐다. 업계에서는 디퍼플이 어떤 회사인지 ‘뒷조사’를 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AIA생명 온라인광고대행사 선정은 사실 업계보다 더 놀란 것은 디퍼플 최혁수(40) 대표 자신이었다. 최 대표는 “사전 영업도 하지 않았고, 갑자기 연락을 받고 참여한 프레젠테이션이라 반드시 수주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며 “결과를 보고서 상당히 놀랐다”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디퍼플의 수주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작은 인연’이었다.
최 대표는 AIA생명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3∼4년 전 야후, 오버추어 초청 세미나에서 디지털 온라인 마케팅 노하우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다른 점 등에 대해 강연을 했다. 당시 세미나에는 AIA생명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참여했는데, 최 대표의 강연을 인상적으로 들었다는 후문이었다. 시간이 흘러 그 직원들이 AIA생명 온라인광고 담당자가 되면서 프레젠테이션에 최 대표를 초청했고, 심사를 통해 디퍼플이 온라인 광고대행을 맡게 됐다.
최 대표는 온라인 광고의 장점을 실시간 효과와 효율을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꼽았다. 그는 “지하철이나 TV 광고는 게재하고 1주일이나 한 달 정도 지나 광고 효과를 측정하지만 온라인 광고는 실시간 단위로 효과를 체크할 수 있다”며 “상품 광고의 경우에는 고객이 현금으로 샀는지 카드로 구매했는지, 시간당 얼마나 판매됐는지, 반품은 어느 정도인지 등도 체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TV 광고는 시청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뿌려지는 것이지만 온라인 검색광고는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검색하며 찾는 것”이라며 “이런 특성으로 온라인 광고는 오프라인과 전환율이나 반응률에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광고의 실시간 특성으로 성과가 안 나왔을 때 (광고주의) 압박이 오프라인 보다 더 심하지 않으냐”고 묻자 최 대표는 “광고 효과가 없을 때는 그 이유를 찾으면서 계속 업데이트를 한다”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배너와 파워블로거, 카톡과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적절하게 섞어서 온라인 광고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광고대행 업무를 두루 겪었다. 첫 직장은 신문과 잡지, TV 등 오프라인 광고 대행회사였는데, PC통신이 성장하는 것을 보고서 오프라인 광고 회사로 이직했다. 최 대표는 직장 생활 10년 만에 어릴 적 꿈을 실현하기 위해 2011년 12월 디퍼플을 설립했다. 회사 이름은 디지털 마케팅과 퍼플(보라색)을 조합해 디퍼플로 정했다.
하지만 창업은 쉽지 않았다. 대기업 대상으로 마케팅을 했지만 기존 대행사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중소기업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국내외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의 광고·홍보비가 대폭 줄어들어 클라이언트를 찾기 힘들었다. 최 대표는 강연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강연을 잘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마케터들이 최 대표의 강연을 듣게 됐고, 마케터들이 다음해 광고 플랜(계획)을 짤 때 대행사 선정 프레젠테이션에 그를 초대했다.
최 대표는 “창업할 때 가장 중요한 사항은 6개월을 얼마나 잘 견디느냐는 것”이라며 “욕심을 버리고 포트폴리오를 짜야만 2∼3년 후 사업이 안정권에 접어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광고회사에 취직하려는 대학생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자기만의 특성’을 꼽았다. 그는 “대학생들이 취업 스펙을 쌓으려고 영어 점수를 높이고 운전면허 등을 따고 있지만 이는 기본이 된지 오래”라며 “개인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SNS 콘텐츠를 만들어서 잘 운영하는 노하우를 쌓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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