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에 따르면 지진은 1일 오전 4시48분 태안군 서격렬비도 서북서쪽 100㎞ 해역에서 일어났다. 이어 오전 9시25분에도 규모 2.3의 지진이 뒤따랐다. 실제 사람이 느끼는 지진의 세기를 뜻하는 진도는 태안이 4, 인천 3, 서울 2였다. 진도 4는 그릇, 창문 등이 흔들리고, 벽에서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는 정도다.
기상청은 “지진으로 인한 피해상황은 아직 없고, 여진이 발생할 수 있지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지만 최근 지진 발생 통계를 보면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지난해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역대 최다인 93회 발생했다. 평균(44.5회)의 두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 가운데 보령 일대에서만 30회, 백령도에서도 18회의 지진이 일어났다.
최근 지진이 서해에 집중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지목한다. 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가 일본 열도 쪽으로 움직였는데 그 에너지가 서해 전역에 쌓여있어 크고작은 지진이 잇따른다는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올 초 “대지진 여파로 한반도가 동쪽으로 최대 3.32㎝ 이동했다”며 국가기준점 위치값을 새로 고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로 알려져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대지진 발생 주기가 길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는 지진을 일으키는 에너지를 돈에 비유해 “100원이 쌓여 지진이 일어난다고 하면, 우리나라는 1원, 2원씩 쌓여 지진 발생 주기가 긴 것”이라며 “역사기록물을 토대로 재분석한 결과를 보면 1518년, 1546년, 1803년에 규모 7.0의 지진이 일어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홍 교수는 “서해 특히 수도권은 경기육괴라고 하는 단단한 암반 위에 자리해 지진이 일어나기 어렵지만, 한번 발생하면 대규모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동일본대지진으로 누적된 에너지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도 2010년 아이티 대지진급 지진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강익범 책임연구원도 지난해 한국방재학회지를 통해 “2008년 7만명이 숨진 쓰촨 대지진도 대륙판 경계가 아닌 유라시아판 내부에서 일어났다”며 “판 내부에 있다고 해서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현 상태에서 동일본대지진과 서해 지진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며 “지금 단계에서 정확한 지진 원인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