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4월11일자 1면 기사 “1000만원 더 쓸 수 있었다면…”에 달린 댓글 중 일부다. 국외 소재 문화재는 우리가 힘없던 시절, 도둑맞고 빼앗겼던 것이니 조건 없이 돌려받아야 한다는 인식이다. 일부 네티즌의 주장만은 아니어서 전문가들, 정부 관계자들 중에도 비슷한 태도를 가진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개화기,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며 겪었던 문화재 약탈의 경험이 워낙 아팠기 때문일 터다.
하지만, 국외 문화재의 환수에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일단 국외 문화재 모두가 약탈당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나간 것들도 상당수다. 유출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사례도 적지 않다. 환수를 위해 현재 소장자의 선의를 기대하고, 일정한 대가를 지급할 수밖에 없는 경우다.
‘국외 문화재=약탈 문화재’라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국외 소재 문화재는 환수 대상인 동시에 활용의 대상이다. 누가 어떤 문화재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해 연구하고, 국내에 비슷한 것이 있다면 환수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국외에 두어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소재로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국외 문화재라고 하면 덮어놓고 환수해야 한다고 덤비는 사례가 종종 있다 보니 소장자들이 공개 자체를 꺼린다. 일본에 있는 한국 고문헌을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사업을 진행한 한 교수는 “가장 어려웠던 게 뭐냐”는 물음에 “환수 문제가 불거질 것을 걱정해 공개를 꺼리는 소장 기관을 설득하는 것이었다”고 대답했다.
약탈 문화재, 혹은 약탈 혐의가 짙은 문화재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반환을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례에 대해서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맹목적인 접근은 환수도, 활용도 어렵게 할 수 있다.
강구열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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