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교육위주 우리의 시스템 진지하게 짚어봐야 미국에서 SBS의 서바이벌 오디션 ‘K팝 스타 시즌3’를 내내 재밌게 봤다. 이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관점은 시청자마다 달랐을 것이다. 미국에 파견됐고, 미국에서 자라는 자녀가 있는 기자는 미국 출신 참가자의 ‘서바이벌’에 관심이 집중됐다. 몇 십만명에 이른 참가자 중에서 ‘톱 10’에 미국에서 날아간 참가자 4명이 당당히 포진했다. 한국 인구가 약 5000만명이고, 재미교포는 그 25분의 1인 200만명가량이다. 비율로 보면 교포 참가자가 단연 선전한 셈이다.
서바이벌 경연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쟁쟁한 우승 후보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그렇지만 재미교포 참가자는 톱 8에서 3명, 톱 6에서 다시 3명, 톱 4에서 2명이 살아남더니 급기야 결승전에서 재미교포 2명이 톱 2로 맞붙었다. 미국 애틀랜타 출신의 버나드 박과 시애틀 출신의 샘 김이었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버나드와 샘은 한국말을 잘 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에는 인터뷰도 영어로 하고, 한국 가요를 부를 때마다 발음이나 감정 전달 부족으로 감점을 당하기 일쑤였지만 그런 난관을 이겨내고 두 사람이 나란히 결승 무대를 장식했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이 지닌 경쟁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몹시 궁금했다. 비단 이 프로그램에서뿐 아니라 다른 오디션에서도 해외파 득세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교포들에게 물어보니 다양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한국보다 자유로운 환경이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자라는 아이는 대체로 한국에서와는 달리 방과 후에 학원이나 과외 장소를 메뚜기처럼 뛰어다니지 않는다.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를 기준으로 할 때 고등학생이면 아침 7시30분 정도까지 등교하고, 오후 2시30분이면 수업이 끝난다. 이후에는 다음 날 등교 때까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미국 학생은 대체로 사교육에 시간을 뺏기지 않으니 그 시간에 스포츠를 즐기거나 음악 등 취미 생활 또는 봉사 활동을 한다. K-팝 오디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교포 아이들은 아마도 한류 영향으로 K-팝을 들으면서 혼자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기타 등으로 연주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번에 톱 2에 오른 버나드는 교회에서 음악 활동을 했고, 샘은 독학으로 기타를 배웠다고 한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
실제로 개성은 비단 음악뿐 아니라 21세기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 중의 하나이다. 개성이 넘치는 아이디어가 먹히고, 개성 있는 제품이 세상을 지배한다. 아무리 개성 있는 제품과 서비스라 해도 좀 더 참신한 게 나오면 한순간에 라이프 사이클이 끝나버린다. 경제 분야뿐 아니라 다른 사회 각 분야에서도 개성 있는 사람이 경쟁력 있는 지도자가 된다. 이 격변의 시대에 평범은 무덤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하버드대 등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신입생 선발 과정을 봐도 미국 엘리트 교육이 추구하는 지향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다양하게 우수한 인재를 뽑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양성이란 나만의 특별한 개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K-팝 스타 오디션에서 해외파의 승승장구 현상은 비단 음악뿐 아니라 우리 사회 교육 시스템 전반을 비춰 볼 수 있는 거울이다. 주입식 학교교육도 모자라 1점이라도 더 받으려고 학교가 끝난 뒤 학원을 전전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한국의 학생에게 개성, 톡톡 튀는 아이디어, 국제적인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버나드 박과 샘 김의 성장과 성공을 지켜보면서 한국의 교육 당국자들과 부모들이 ‘몰개성’으로 내모는 우리의 교육관을 한번쯤 되돌아보았으면 좋겠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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