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가 가격인하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는 가운데 대형 세단 시장에서는 국산차가 신모델을 앞세워 시장 방어에 나섰다. 가솔린 3000cc급 이상의 대형 세단에서는 작년 연말 메르세데스-벤츠가 대형세단 S클래스를 출시하고 크라이슬러 역시 대형세단 300C의 값을 크게 낮추는 등 판촉활동에 나섰지만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의 신차 돌풍을 앞세워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신형 제네시스는 올 들어 판매량 1만대를 이미 넘겼다. 지난 3월까지 현대자동차의 승용차 라인업 판매량 8만961대 가운데 1만1079대가 제네시스였다. 여기에 대형차 에쿠스를 합하면 총 1만3776대로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에 이어 국산차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 지난해 12월 출시한 현대자동차의 대형세단 제네시스. |
▶ 신형 제네시스의 실내. |
현대자동차는 신차 효과를 이어가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작년 12월 출시한 제네시스가 1분기 대형세단 시장의 파이를 키우면서 판매량을 꾸준히 늘렸다고 판단하고 수입차로 돌아섰던 소비자를 공략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 제네시스의 1호 차 고객은 컨설팅 회사에 일하는 고영석씨였다. 수입차를 타다가 제네시스를 선택했고 그 이유로 유지비와 수리비 등의 차 값을 제외한 비용에서 국산차가 뛰어나다는 점을 들었다.
▶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를 출시하며 파급 효과로 수입 동급 세단의 판매가 줄었다고 밝혔다. |
이어 “자동차 교체의 주요 이유가 보증기간이 짧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다”며 “수입차의 보증기간은 3년에서 길어야 5년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기간은 값비싼 수리비와 유지비를 부담해야해서 연료비 절약은 물론 차 값을 할인받아도 실제 총 유지비를 따져보면 국산차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수입차의 보유기간이 길어질수록 유지비 등의 불만요인이 늘어나면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신차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신규 구매시 만족도는 74%를 기록했지만 3년 이후 68%로 떨어졌다. 조사에서는 만족도 하락의 원인으로 무상수리 기간이 끝나면서 엔진오일 등 필수적인 유지보수 비용이 국산차의 3∼5배에 이를 정도로 높아 향후 장기간 차량 유지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국산차는 최근 수입차의 맹공격을 받았던 대형 세단 시장부터 적극적인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에쿠스와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수입차를 이미 3∼5년 보유했던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산차는 수입차 업계의 다양한 시장공략에 대해 정공법을 택했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수입차와 비교시승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3월부터 전국 시승센터를 통해 진행하는 수입차 비교시승 이벤트에는 애초 시승 가능인원인 216명을 크게 웃돈 1673명이 신청을 해 7.7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차는 서울 강남, 목동과 분당, 인천서부, 경기남부, 대구동부, 부산중앙, 대전, 광주 등 전국 9개 시승센터에서 3월14일부터 6월5일까지 총 12주간 24회에 걸쳐 신형 제네시스와 경쟁 모델로 지목한 프리미엄 수입차 모델의 비교시승 기회를 제공한다.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이 10%를 넘어가면서 수입차도 판매 전략을 바꾸고 있다. 국산 대형세단과 비교시승을 통해 기술적 경쟁우위를 핵심요소로 소비자에게 어필했던 과거와 달리 한미FTA, 한EU FTA 등 가격인하 요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경쟁에 나섰다. 실제로 최근 신모델을 내놓고도 이렇다할 성장세를 보이지 못한 일본 차 업계에서는 홈쇼핑을 통해 차를 판매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디젤+독일차+프리미엄 브랜드의 삼박자를 갖추지 못한 여타 브랜드에서는 힘겨운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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