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국가 개조 ‘4大 악습’ 척결부터 나서라”

입력 : 2014-04-28 19:22:27 수정 : 2014-04-28 23:53:1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공직사회 개혁’ 학계·정치권 쏟아지는 제언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27일 사의 표명 기자회견에서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다양한 비리와 잘못된 관행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그런 적폐(積弊)들이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2일 국무회의에선 “정부는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직사회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한 대목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잘못된 관행을 철폐하기 위해 ‘관피아’(관료+마피아) 방지 등 국가 개조 수준의 시스템 개편이 조만간 가시화할 전망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2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료 카르텔 혁파 ▲비뚤어진 공직 순혈주의 척결 ▲측근·연고 인사 근절 ▲정부의 규제·인허가 폐해 방지 등이 국가 개조 프로젝트에 담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관료 카르텔 혁파하라

세월호 참사는 관료들과 특정 이익집단이 결탁한 ‘관피아 공화국’의 먹이사슬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해수부 출신 공무원이 이번 참사와 관련된 한국선급, 한국해운조합 등 유관기관의 수장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및 단체 14곳 중 11곳에서 해수부 퇴직 관료들이 기관장을 맡고 있다. 해수부 문제만 아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를 통해 주요 부처의 관피아 현황을 살펴보면 공공기관과 민간 유관기관에 관료 출신이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있다.

과학기술부장관 출신의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은 “선박·원전산업뿐 아니라 모든 산하기관에 낙하산 인사, 전관예우가 부정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어 총체적으로 바꿔야 할 문제”라며 “낙하산 인사,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학 교수도 “이번에는 선박사고가 문제돼서 ‘해피아’(해수부+마피아)가 걸린 것이지, 작년에는 ‘원자력 마피아’가 있었다”며 “부패 연결 고리가 너무나 견고해 보통 결심이 아니면 풀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해수부장관 출신의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관피아만이 아니다. 모든 공기업이 자회사를 만들어 관피아 행세를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의 취업을 제한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현행법상 퇴직 관료의 취업제한 확대 장치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비뚤어진 공직 순혈주의를 척결하라

관료 카르텔의 음습한 고리는 행정고시 출신들의 비뚤어진 선민의식과 순혈주의에서 비롯한다. 고시 기수 서열에 따라 선후배가 끌어주고 밀어주며 수십년간의 카르텔을 형성한 것이다. 퇴직 관료가 ‘친정’의 현직 후배 관료를 상대로 사실상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면서 온정주의가 싹트는 셈이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낙하산 인사나 전관예우는 관료제의 특징이 아니라 우리나라 관료의 집단적 이기주의 때문에 빚어진 특수한 현상”이라고 질타했다. 양 교수는 “공직사회는 고시 기수에 따라 승진하는 구조로 위계질서가 아주 고착돼 있다”며 “서열중심에서 능력중심의 완전 성과주의 시스템으로 개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고시 출신 간 네트워크나 그 이면의 학벌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정확한 능력 검증 시스템이나 인사발탁 체제를 위해 재정비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유명무실한 개방직 공무원 임용 제도의 실질적 확대나 행정고시 제도의 근본적 쇄신 등 공무원 채용 제도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측근·연고 인사를 근절하라

행정자치부장관 출신 새정치연합 이용섭 의원은 “대한민국의 모든 부실은 불공정한 측근·연고 인사에서 오는 것”이라며 “적재적소에 능력을 갖춘 인사를 등용하는 ‘인사 혁신’이 관건”이라고 단언했다. 이번 참사는 시스템과 사람의 문제인데, 둘 다 부실한 인사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대한민국은 ‘네포티즘’(자신의 친척에게 관직을 주거나 측근으로 두는 친족중용주의)이 많은 나라”라며 “법적 통제장치도 중요하지만 윤리적 해법 마련이 더욱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양 교수는 “탕평인사를 해야 하는데, 청와대가 ‘수첩인사’와 개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해 국장급 공무원 인사까지 관여한다고 하지 않느냐”며 “부처별로 자율성을 줘서 능력있는 사람이 승진하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규제·인허가 독점 폐해를 막아라

정 의원은 “정부의 인·허가권 행사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져 합리적인 업체가 선정되도록 감시 감독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인허가 등을 투명화해 관료에 대한 범사회적인 감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인·허가 문제를 정부가 주도할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규제개혁 범시민위원회가 맡거나 국회와 협의하에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천종·김달중·김채연 기자 sky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혜빈 '매력적인 미소'
  • 전혜빈 '매력적인 미소'
  • 혜리 '겨울 여신 등장'
  • 권은비 '매력적인 손인사'
  • 강한나 '사랑스러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