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아마추어 수준 못 벗어 세월호 침몰 14일째.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은 피난민 수용소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24시간 내내 켜진 형광등 불빛 아래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오지 않는 소식을 기다리며 점점 지쳐가고 있다.
진도체육관에 상주하고 있는 한 전문의는 29일 “처음에는 생환소식을 기다리며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가 지금은 불면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며 “완전히 열린 공간에 밤새 환한 불을 켜놓고 피해자 가족과 정부 관계자, 자원봉사자 수백 명이 뒤엉켜 있는데 어떻게 눈을 붙이겠느냐”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보호·치료 ·지원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세월호 침몰사고 후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프라이버시(사생활)를 지켜줄 칸막이는커녕 등을 기댈 곳조차 없는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2주일을 보낸 실종자 가족들은 극심한 피로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노진철 한국위기관리학회장은 “유럽에서는 사고 직후 전담팀이 급파돼 피해가족들을 현장까지 이동시켜주고, 별도의 숙박시설을 마련해주는 등 초기 지원부터 심리치료, 사회복귀까지 도와주는 포괄적인 재난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장기적인 심리치료는 기본이고 사고로 생계를 신경 쓸 수 없는 점을 고려해 한 달치 월급을 국가가 대신 지불해주고 다니던 직장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경우 직업훈련도 해준다. 정상적인 사회복귀까지 피해자지원 프로그램을 확장한 것이다. 학생들의 경우 심리상담 및 시험기간 조정은 물론 직접 생일파티까지 챙기며 일상으로 돌아갈 계단을 단계적으로 놓아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고 직후 신체적 피해에 대한 단기 치료에 그치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사회적응을 돕는 지원은 전무했다. 윤석기(56)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대책위원장은 “개별면담과 1박2일 가족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사고가 발생한 당해 연도에만 반짝하고 만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9·11 테러 발생 직후 피해자뿐 아니라 목격자에게도 정신과 치료를 무료로 받게 해줬다. 또한 2011년 초에는 9·11 보건보상법과 ‘세계무역센터 보건 프로그램’을 마련, 피해자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PTSD를 포함한 정신·신체적 피해에 대한 치료 서비스를 최소 2015년까지 받도록 보장하기로 했다.
서울여자간호대학 최남희 교수는 “대형재난을 겪은 생존자나 유족들은 생업을 포기하거나 하던 일을 계속 하기 힘들다”며 “보상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사고 전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미·권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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