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화를 내면 몸에 해로운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독성 물질이 분비된다고 한다. 이 물질의 독성은 웬만한 독약보다 치명적이다. 한 사람이 1시간 동안 화를 낼 때 나오는 분량이면 80명을 죽일 수 있을 정도다. 한의학에선 분노가 피를 뭉치게 하고 혈액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가르친다. 화는 먼저 자신의 건강을 해치고 주변 사람에게까지 치명적인 독소를 퍼뜨린다.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격한 분노에 휩싸였다. 열여덟 꽃봉오리들을 사지에 남겨두고 유유히 빠져나오는 선원들의 파렴치에 국민 모두가 치를 떤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들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유가족 200여명이 어제 청와대 앞에서 밤새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실언 파문을 빚은 KBS 보도국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사장이 직접 사과하고서야 농성을 풀었다.
유대인은 분노를 지혜롭게 다스리는 민족이다. 그들은 최대 명절인 유월절에 ‘맛소’라는 누룩 없는 빵과 쓴 나물을 먹는다. 수천년 전 이집트 노예시절에 먹었던 음식을 곱씹으면서 그때의 고난과 굴욕을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이날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삶은 달걀이다. 뜨거운 불에 삶을수록 단단해지는 달걀처럼 고난을 통해 더 강해지자는 각오를 다지기 위함이다. 과거의 분노와 치욕을 발전의 에너지로 삼는 이런 태도가 유대인 성공신화의 저력이 아니었을까. 맹골수도의 거센 풍랑을 만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덕목이다.
인디언 사회에 전해지는 얘기다. 늙은 추장이 손자에게 말한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두 마리 늑대가 싸우고 있단다. 분노·슬픔·탐욕의 늑대와 사랑·소망·인내의 늑대 말이다.”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 어린 손자가 묻자 추장이 대답한다. “그야 내가 먹이를 주는 놈이지.” 이제, 우리들 각자가 질문에 답할 차례다. 대체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가?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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