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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눈물… 절규…유족들 "진실을 말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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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6-10 19:43:40 수정 : 2014-06-10 23: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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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선원 15명 첫 재판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첫 재판은 절규로 시작해 눈물로 끝났다. 10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법정. 100명이 자리를 잡은 유족 방청석에서는 피고인들이 입장하자 “어디 얼굴 좀 보자”며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녀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이준석 선장을 법정에서 처음 대면한 유족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재판장(형사11부 임정엽 부장판사)이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재판이 시작되면서 이 선장과 선원 등 15명이 앉아 있는 피고인석을 향해 울분을 토해냈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1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관련 첫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검찰청 구치감에 수감되고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유족들이 20여분간 피고인들에게 “내 자식을 살려 내라”는 등 눈물 섞인 절규를 쏟아내자 재판은 진행되지 못했다. 법원이 이날 오전에 피고인들을 검찰 구치감에 유치한 후 지하통로를 이용해 법정에 입장시켜 유족들과의 대면을 피하게 했다.

임 재판장이 피고인 구속 기간이 6개월뿐이라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빠른 재판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면서 법정은 어느 정도 진정됐다. 임 재판장은 재판 진행을 위해 재판에 앞서 유족 대표에게 발언 기회를 먼저 줬다.

김병권 유족 대표의 ‘자식을 잃은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한마디에 재판장은 어느새 눈물바다로 변했다. 김 대표는 “우리 곁에 없는 아이들이 아직도 현실같지 않다”며 울먹였다. 그는 또 “요즘도 교복을 입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엄마, 아빠 나 왔어’ 하고 말하며 가방을 내려놓을 것만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대표는 또 피고인들에게 진실을 말해 달라고 호소했다.

임 재판장은 피고인들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후 인정심문을 했다. 이 선장과 선원 14명의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는 절차다. 조타수에게 조타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3등 항해사 박모(25·여)씨는 감정을 이겨내지 못해 주소와 이름을 말하지 못했다.

검찰은 피고인 15명에 대한 공소사실과 적용 법조항을 설명하는 모두 진술을 했다. 광주지검 박재억 강력부장은 세월호 침몰 과정과 이 선장 등 살인죄 혐의 등을 낭독했다. 박 부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으로 무리한 수리와 증축으로 인한 복원력 약화를 적시했다. 이 선장에 대해서는 인명구조 의무와 용이하게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살인죄가 성립된다고 강조했다. 박 부장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선내 대기 지시만을 따랐던 착한 학생들은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말만 남기고 탈출 시도도 못 한 채 갇혔다”는 대목에서는 울컥했다.

변호인이 검사의 살인죄 공소 사실을 부인할 때 법정은 또 한번 소란이 일었다. 살인죄로 기소된 이 선장과 1등항해사 강원식씨, 2등항해사 김영호씨, 기관장 박기호씨 등 4명은 검사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이 선장의 변호인은 “탈출 명령을 지시했고 조타실에서 맨 마지막에 구조됐다”며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해 달라고 변호했다. 유족 방청석에서는 “무슨 죄를 뉘우치냐, 죽여라”는 탄식이 쏟아졌다.

10일 오후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첫 재판이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 11부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준석 선장 등 피고인 15명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유족들의 고함 섞인 항의가 계속되면서 재판은 또다시 중단됐지만 재판장은 가까스로 오는 17일 공판준비기일을 잡고 오후 6시쯤 재판을 마쳤다. 임 재판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의미로 가장 먼저 퇴정하는 기존 관례를 깨고 맨 마지막으로 법정을 나섰다.

유족들은 이 선장 얼굴을 보겠다며 재판 후 광주지검 검찰청사 구치감의 호송차를 가로막아 두 시간가량 이동을 하지 못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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