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도는 너무도 뻔하다. 말이 검증이지 실제로는 고노담화 전체를 부정하려는 얄퍅한 술수가 깔려 있다. 검증을 구실 삼아 “위안부 강제동원 증거가 없다”는 아베 신조 내각의 주장을 되풀이하려는 속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검증 보고서에 한·일 정부가 문안을 조율해 작성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측이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 16명의 증언을 토대로 만든 고노담화 초안은 ‘일본군의 의향을 받은 업자’라고 표현돼 있었다고 한다. 이를 한국 측이 ‘지시를 받은 업자’로 수정할 것을 요청하자 절충 끝에 ‘일본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로 바꿨다는 것이다. 이를 공개하겠다는 것에는 고노담화를 ‘역사적 진실’이 아닌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만들겠다는 꼼수가 깔려 있다.
고노담화를 뒤집으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위다. 아베 정부는 “일본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 증거는 없다”고 강변해왔다. 강제동원 사실을 입증하는 수많은 증거에는 귀를 막고 눈을 감는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고노담화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번 검증에는 고노담화를 부인하려는 의도가 명백히 깔려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엊그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일본의 지도자라면 그릇된 길로 일탈해선 안 된다”고 했다. “(다른 나라로부터) 불필요한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나라가 올바른 길을 가게 하는 전략을 갖는 것이 일본 국익에 부합한다”고도 했다. ‘그릇된 길’이 무엇인가. 군국주의 침략 과정에서 저지른 숱한 반인륜적·비인도적 행위를 인정하고 사죄하기는커녕 부정하고 왜곡하는 몰염치를 이르는 것이다. 일본은 언제까지 ‘잘못을 반성하는’ 양심과 ‘이웃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용기를 외면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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