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 구현까지는 아교 재현 과제 숭례문 복구 작업의 원칙은 ‘전통 방식의 적용’이었다. 하지만 기술의 상당 부분은 전승이 단절된 상태였다. 단청도 예외는 아니어서 천연물질에서 석채 등 전통안료를 추출해 낼 기술이 없었고 안료를 목재에 접착시키는 아교, 시공법에 대한 연구도 필요했다. 원칙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전통방식의 재현은 실패했고, 복구 과정에서 편법까지 동원되면서 단청은 숭례문 부실 복구의 상징이 됐다. 감사원의 감사에 따라 숭례문 재시공이 결정된 상황이라 이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가일전통안료가 재현한 천연석채. 입자가 클수록 진한 색을 띠게 된다. 가일전통안료 제공 |
천연석채 재현은 원석 채취에서부터 건조까지 7가지 과정을 거친다. 원석을 분쇄해 얻은 알갱이를 수작업을 통해 순도에 따라 선별하고, 연마하는 과정 등이 포함된다. 핵심은 ‘수비(水飛)기술’을 이용해 원석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과 천연석채의 입자 크기를 여러 단계로 나눠 다양한 색상을 구현하는 것. 입자는 5∼25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의 크기로 구분되는데, 클수록 진한 색을 띤다. 김 사장은 “입자 크기를 15단계 이상 분리하는 게 가능하다”고 밝혔다. 생산된 천연석채를 사용해 본 한 전문가는 “무리없이 쓸 수 있는 수준에 이른 전통안료로 보인다”며 “그간에 중국, 일본에서 비싸게 수입했는데 우리 기술로 생산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천연석채의 재현이 전통단청의 구현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교착재인 전통 아교의 재현, 안료와 아교를 적절히 활용하는 시공법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김 사장도 “천연아교가 재현되고, 시공기법이 완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화학안료보다 10배 이상 비싼 천연석채가 실제 얼마나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숭례문 재시공 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라 가일전통안료의 석채를 포함해 국내의 기술, 시장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이 필요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안료, 아교 등의 개발 연구도 진행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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