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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노담화 훼손’ 마수 드러낸 일본, 제 무덤 파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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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6-20 21:50:58 수정 : 2014-06-20 22: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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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어제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사과한 고노담화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중의원 예산위원회 이사회에 제출된 검증팀 보고서에서 “군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 작성 과정에서 한·일 정부 간의 문안 조정이 있었다”고 했다. ‘군 당국의 의향을 받은 업자’라는 원안 표현이 한국 쪽 주장을 배려해 ‘군 당국의 요청을 받은 업자’로 수정했다는 내용도 담았다. 당초 보고서 초안에 들어 있던 ‘고노담화 내용은 최종적으로는 일본 정부가 주체적으로 결정했다’는 내용은 삭제했다.

실로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1993년 발표된 고노담화를 21년 만에 검증하겠다고 나선 것도 해괴한 일이지만 검증 결과 또한 어처구니가 없다. ‘일본이 주체적으로 결정했다’는 문구는 쏙 뺀 채 ‘한·일 정부가 문안을 조정했다’는 것만 명시했으니 무슨 뜻이겠는가. 고노담화를 정치적 협상의 산물로 격하하려는 꼼수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의 역사적 사실을 애써 부정하는 일본 극우 정치인들의 억측에 맞닿아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어제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했다. 낯 간지러운 말이다.

아베 신조 정권은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고노담화의 진실성을 훼손하고 있으니 고노담화의 정신은 이미 짓밟혔다.

고노담화에는 침략의 역사 과정에서 일본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 최소한의 양심이 담겨 있다. 담화를 발표한 고노 당시 관방장관은 “우리는 이런 역사의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이것을 역사의 교훈으로 직시해 가고 싶다”고 했다. 많은 아시아 나라의 국민들은 그 사죄를 받아들였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침략전쟁 과정에서 저지른 잘못을 왜곡하고 부정하며, 피해자들의 상처를 다시 헤집고 있다. 이런 후안무치도 없다.

아베 정권은 스스로 인류 보편적인 도덕성을 가졌다고 여기는가. 식민지배의 탐욕 속에 살인, 고문, 성폭력을 자행한 ‘빗나간 일본 군국주의자’와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고노담화를 부정하려는 아베 정권은 결코 다르지 않다.

고노담화 훼손으로 위안부 피해자 논의를 위한 국장급 협의는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 한·일이 쌓아온 신뢰에 회복하기 어려운 큰 금이 간 결과다. 그러나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것은 국격을 스스로 실추시킨 일본이다. 일본 헌법은 ‘국가의 명예를 걸고 국제사회에서의 명예로운 지위, 평화를 염원하는 숭고한 이상과 목적을 달성한다’고 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역사적 반성을 외면하고 인류보편적인 양심을 포기하면서 무엇으로 명예와 이상을 추구할 것인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갔다. 국제사회의 전면 재조사를 포함해 일본의 잘못을 만방에 알리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돌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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