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혼 후 양육비 안 준 父 형사처벌 가능"…징역 8년에 집행유예 2년

이혼한 뒤 약속한 양육비를 주지 않은 아버지를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최종두)는 아동복지법상 방임 및 정서적 학대 혐의로 기소된 이모(49)씨에 대해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2011년 아내와 이혼한 이씨는 20대인 큰딸과 10대인 둘째딸 B양의 친권을 갖고 양육비를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A씨는 전처에게 아이들을 맡기고는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4개월 뒤 전처 역시 자매를 돌볼 수 없다고 통보하자 B양은 “갈 곳이 없다며 “저와 언니를 데려가 달라”고 이씨에게 간청했다. 이씨가 이를 거절하자 B양은 절망감에 자살을 기도했다.

이씨는 뒤늦게 자매에게 월세 방을 얻어주고 신용카드도 건넸지만 B양 자매가 새벽에 몰래 술을 마셨다며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생활비 지원도 끊어버렸다. 집세가 밀려 쫓겨난 B양은 언니와 함께 할머니댁에 가게 됐지만 마음을 못 잡고 지난해 2월 또다시 자살을 시도했다.

이씨는 자녀에 대한 보호와 양육을 소홀히 하고 절망을 주는 말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씨가 자녀에 대한 재정지원을 끊은 뒤 B양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 시도까지 했다”며 “자녀를 보호·양육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 아동에 대한 학대·방임행위는 피고인의 원만하지 못한 결혼생활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어 피고인만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이 피해아동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감형 사유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김민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