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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안부 할머니 만나는 교황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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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6-30 21:59:00 수정 : 2014-06-30 21: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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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때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하는 미사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난다고 한다. 평화와 화해를 위한 이 미사는 광복절 사흘 뒤인 8월18일 열린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어제 “교황 방한이 결정된 직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미사에 초청했다”며 “교황에게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참석 사실을 미리 알릴 것”이라고 했다. 교황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면담이 따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의미가 자못 크다. 교황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앞에 두고 사랑과 용서, 화해를 구하게 될 테니 평화의 새 지평을 여는 의미를 갖는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교황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들의 말은 한결같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기가 그렇게 힘드냐”는 것이다. 자신의 인권을 짓밟은 일제 군국주의 범죄를 두고 하는 말이다.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일본은 교황의 평화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베 신조 총리는 2012년 말 다시 총리에 오르며 “집권 1기 총리 때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에 대해 미국까지 우려하고 나섰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 18명은 그제 주미 일본대사에게 전달한 서한에서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는 위안부 문제 해결 노력을 저해하고 생존자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했다.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동원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했다. 데니스 핼핀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객원 연구원은 ‘아메리카’에 기고한 글에서 “최소 5만명에서 20만명에 이르는 피해자를 낸 일본군위안부 제도는 20세기 가장 끔찍한 일 중 하나”라며 “가톨릭의 전통 덕목에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데도 “역사 인식은 우리의 일”이라고 하는 일본이 딱할 뿐이다. 일본 정부는 오늘 각료회의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결정을 한다. 엊그제는 도쿄의 번화가 신주쿠에서 집단 자위권에 반대하는 중년 남성이 분신을 기도했다. 마이니치신문 설문조사 결과 일본 국민의 58%가 ‘집단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일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왜 만나는지 그 의미를 깊이 새기기 바란다. 일본은 이제라도 역사를 제대로 보고 바른 미래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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