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보고서는 한·일 간 외교기록의 일방적 공개와 편의적 편집을 통해 고노담화문 작성 과정에서 한국정부와 협의가 있었음을 주장했다. 한국정부는 당시 비공식 의견 교환을 요청한 것은 일본 측이며, 담화문건의 작성은 전적으로 일본 측의 판단과 결정이었다고 성명을 냈다. 상대방이 있는 외교문건은 작성 및 발표자가 단독 정부라 해도 양자관계를 고려해 사전에 의견 교환을 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를 트집잡는다면 일본정부는 미·일관계에 관련되는 담화문 작성도 미국 측을 배려해 문구가 그리됐노라고 말해야 할 판이다. 검증 보고서는 또 고노담화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아시아여성기금의 실패를 한국정부의 입장 바꾸기 탓으로 돌리고 있다. 당시 피해 할머니들과 시민단체들은 일본 측이 추진하고 있던 이 민간 주도 보상방식은 일본 국가 차원의 공식적 책임 인정과 배상을 면제해주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당시 김영삼정부는 물질적 보상이 아닌 도덕적 책임 인정과 후세교육으로 이 문제를 정리하게 됐는데, 민주적 정부가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한 것은 당연한 처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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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
아베정권은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을 의식해 고노담화의 문구를 차마 고치지는 못했다. 일본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유엔 등 국제사회는 단호하게 대응해 왔다. 유엔만이 아니라 미국 및 유럽의회도 결의 채택을 통해 유사한 요구를 해온 만큼 우리는 위안부 문제를 한·일관계의 현안으로는 물론 다자무대에서 인류 보편의 인권문제로 적극 제기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일본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있어 일본 국내의 양심세력을 무시하고 우익세력에만 편승한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연대해 이를 강력 저지해야 한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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