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고] 국제사회 연대, 日 위안부 문제 개악 막아야

관련이슈 기고

입력 : 2014-07-03 20:47:03 수정 : 2014-07-03 22:41:0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993년 8월 발표된 고노담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자행한 전시 성범죄를 인정한 문건으로 인권을 중시하는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체면을 그나마 살려주던 버팀목이었다. 그런데 2012년 말 취임 이후부터 이 담화를 변경하고 싶어하던 아베 신조 총리는 최근 담화문 자체는 계승하겠으나 그 내용은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기보다 외교적 배려의 산물이라는 뉘앙스의 해괴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21년간 유지돼 오던 담화문의 정통성을 훼손함으로써 아베 총리는 일본 정부가 쓸 수 있는 버팀목을 스스로 반쯤 무너뜨린 셈이다.

검증 보고서는 한·일 간 외교기록의 일방적 공개와 편의적 편집을 통해 고노담화문 작성 과정에서 한국정부와 협의가 있었음을 주장했다. 한국정부는 당시 비공식 의견 교환을 요청한 것은 일본 측이며, 담화문건의 작성은 전적으로 일본 측의 판단과 결정이었다고 성명을 냈다. 상대방이 있는 외교문건은 작성 및 발표자가 단독 정부라 해도 양자관계를 고려해 사전에 의견 교환을 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를 트집잡는다면 일본정부는 미·일관계에 관련되는 담화문 작성도 미국 측을 배려해 문구가 그리됐노라고 말해야 할 판이다. 검증 보고서는 또 고노담화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아시아여성기금의 실패를 한국정부의 입장 바꾸기 탓으로 돌리고 있다. 당시 피해 할머니들과 시민단체들은 일본 측이 추진하고 있던 이 민간 주도 보상방식은 일본 국가 차원의 공식적 책임 인정과 배상을 면제해주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당시 김영삼정부는 물질적 보상이 아닌 도덕적 책임 인정과 후세교육으로 이 문제를 정리하게 됐는데, 민주적 정부가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한 것은 당연한 처사이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고노담화의 핵심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소의 설치와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 등에 일본군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고, 위안부 모집도 감언과 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의 의사에 반한 경우도 많았고 관청이 직접 가담한 적도 있었다고 적시한 부분이다. 고노담화는 전쟁 당시 조직적 성폭력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유일무이한 공식 문건으로 일본의 우익에게는 가시와 같은 존재이다. 아베 총리는 한국과의 외교마찰을 각오하고 우익세력에 편승해 고노담화의 가치를 훼손했다. 일본의 우익세력은 위안부문제의 부정으로 일관해 왔다. 1993년 고노담화 작성 즈음한 피해 할머니 16명의 증언 청취와 이후 간헐적인 증언 보도가 강제성 입증에 불충분하다면 이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일본의 정치권이 우경화하고 있는 가운데 아베 정권이 역사문제에 있어 우익의 입지를 강화시켜 주고 있는 점이다. 이는 한·일 관계만이 아니라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도 해가 되는 위험한 일이다.

아베정권은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을 의식해 고노담화의 문구를 차마 고치지는 못했다. 일본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유엔 등 국제사회는 단호하게 대응해 왔다. 유엔만이 아니라 미국 및 유럽의회도 결의 채택을 통해 유사한 요구를 해온 만큼 우리는 위안부 문제를 한·일관계의 현안으로는 물론 다자무대에서 인류 보편의 인권문제로 적극 제기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일본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있어 일본 국내의 양심세력을 무시하고 우익세력에만 편승한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연대해 이를 강력 저지해야 한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손예진 '순백의 여신'
  • 손예진 '순백의 여신'
  • 이채연 '깜찍하게'
  • 나띠 ‘청순&섹시’
  • 김하늘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