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 구분 어려운 한반도 주변 정세, 한국 역할 중요 “발전된 중국이 위협이 될 것이라고 여기고 중국을 매서운 악마로 형용했지만 이런 생각들은 옳지 않다. 중국은 평화를 수호하고 협력을 추구하며 겸허하게 배우는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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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
자국과의 공통 역사를 강조하면서 침략당한 동질성에 호소하는 시 주석의 ‘매력공세’는 ‘한국 끌어당기기’의 일환이다.
관영 환구시보는 최근 사설에서 정치적으로 미국에 밀착한 일본과 달리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 다음으로 중시하는 주변국 외교의 일부분이지만 한·미·일 삼각안보동맹의 공략 포인트가 한국에 있다고 파악했다.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분쟁, 과거사 문제 등으로 중국과 척진 일본과 달리 한국은 일제 침략이라는 역사적 아픔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일 역사 공조가 한·중관계의 돌파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중국 언론은 지난 3∼4일 시 주석 방한 결과물로 한국과 역사 공조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 베이징 유력지 신경보는 지난 5일 1면 머리기사로 ‘한국과 중국, 위안부 문제 공동연구’를 대서특필했다. 앞서 2일 국영 중국중앙TV(CCTV)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터뷰 방송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의 고노(河野)담화 검증 비판을 집중 조명했다.
현재 중국 지도부는 중일전쟁의 발단이 된 1937년 7월7일 노구교(蘆溝橋)사건 77주년 기념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중국이 중시하는 일제 만행 폭로전은 한국민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대목임에 틀림없다. 지금 한·중 관계가 사상 최고 단계에 있다는 말처럼 중국 내 한국 드라마, 영화 마니아층도 제법 늘었다고 한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매력공세’가 아니라 힘을 바탕으로 한 ‘위협공세’에 다름 아니다. 미국을 배제한 아시아신안보기구 창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 참여, 미사일방어(MD)체계 배치에 대한 우려를 일방적으로 전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지난 5월 남중국해 석유시추 등 베트남 등에 힘의 절대적 우위를 드러낸 바 있다. 또한 적절한 시기에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CADIZ) 확대를 일방적으로 선포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일본도 중국이라는 ‘잠에서 깨어난 사자’의 포효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시 주석이 지난 3월 프랑스 파리에서 “중국이라는 깨어난 사자는 평화적이고 온화한 문명의 사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맹수의 포식자적 본능은 갈수록 도를 더하는 듯하다.
당황한 미국은 중국 견제에 일본을 끌어들였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형태로 말이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미·일의 행위는 1905년 7월29일 일본 가쓰라 다로 수상(총리)과 미국의 윌리엄 태프트 육군장관 사이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떠오르게 한다.
이 밀약에 따라 미국은 일본의 조선 지배를 승인한 대가로 일본으로부터 필리핀 통치를 인정받았다. 일본은 그해 8월에는 영국과 ‘제2차 영·일동맹’을 맺었다. 영국도 일본의 조선 지배를 용인했다. 그런 일본이 요즘 북한과 활발하게 접촉하며 한반도 개입 야욕을 불태우고 있다. 피아를 구분하기 쉽지 않은 한반도 주변환경이다. 한·미, 한·중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기대해 본다.
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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