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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새로운 사이보그의 시대가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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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09 21:11:14 수정 : 2014-07-09 2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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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기계의 일체화로 진화 이뤄
미래 뉴휴머니즘 시대 고민해 봐야
지난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적인 의공학 기술을 만나볼 수 있는 ‘바이오닉테크 2014’가 열렸다. 다양한 기술이 소개됐지만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세계 최초로 인조인간의 형태로 제작돼 공개된 ‘렉스’(REX)였다. 렉스는 로봇 외골격을 의미하는 ‘Robotic Exoskeleton’의 앞글자를 따 붙인 이름으로 지난해 영국의 한 방송국에서 미국 및 뉴질랜드의 의료기기업체와 대학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인공장기와 혈액, 팔다리 등을 모아 붙이고 유명한 의공학자인 스위스 취리히대 베르톨트 마이어 교수의 얼굴을 본떠 생체공학 인간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바이오닉맨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됐다. 마이어 교수는 코엑스에서의 기조 강연 후 이와 같이 발전된 의공학 기술로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의공학 기술의 발전에 의해 신체의 일부를 착용하거나 개조해 인체와 하나된 기계를 총체적으로 사이보그라고 부른다. 사이보그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생물(Organism)의 합성어인데, 1960년 맨프레드 클라인즈와 나단 클라인의 공저 ‘사이보그와 우주’를 통해 소개된 말이다. 사이보그를 로봇과 비교한다면, 로봇이 기계가 진화해 인간에게 근접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인간 밖에서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데 비해 사이보그는 인간이 기계와 일체화돼 인공적으로 진화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사이보그는 크게 의학적 사이보그와 슈퍼휴먼사이보그로 나눈다. 의학적 사이보그는 이미 의학영역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의수나 의족 등을 포함해 인공디스크나 인공관절, 청력을 되돌려 주는 인공와우나 백내장수술에 쓰이는 렌즈를 착용한 것까지 그 범위를 넓게 볼 수 있으며, 주로 치료 목적이나 정상인간의 능력에 가깝게 회복시키는 것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없이 쉽게 받아들여지는 기술이다.

문제는 슈퍼휴먼 사이보그다. 슈퍼휴먼 사이보그는 과거 우리나라에도 TV에서 방영됐던 ‘600만불의 사나이’를 연상하면 된다. 이 TV 시리즈에서 주인공은 우주선의 추락으로 생사의 위기에 처하는데, 수술을 통해 한쪽 눈과 한쪽 팔, 양쪽다리를 600만 달러를 들여 생체 기계로 대체하게 된다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속 60마일의 속도로 달릴 수 있으며 15미터 높이의 점프가 가능한 다리, 한쪽 눈은 20배로 확대가 가능한 줌 기능과 적외선탐지가 가능하며, 한쪽 팔은 불도저의 파워를 넘어서는 몇천 마력의 힘을 가진 것으로 돼있는데, 이를 흉내 낸 아이들이 당시 사고로 다치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미래학
이런 슈퍼휴먼 사이보그 기술이 어째서 윤리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일까. 슈퍼휴먼 사이보그는 큰 비용을 들여 정상적인 인간의 한계를 넘을 수 있게 되므로, 예기치 못한 새로운 양극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즉 수백만 달러가 있는 사람은 돈을 들여 자신의 능력을 증폭시킬 수 있게 되므로, 근대민주주의가 시작되면서 전 세계가 합의했던 인간의 평등 및 기회균등과 관련한 원칙에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고, 또한 이런 기계로 만들어진 몸에 의지하면서 인간이 가지고 있었던 본연의 기능이 쇠퇴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기술의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포함한 윤리 부분에서 광범위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슈퍼휴먼 사이보그 기술을 포함해 포스트휴머니즘 정보기술(IT)과 인지컴퓨팅 기술 등과 같이 최근 새롭게 등장하는 몇몇 기술은 단지 도구로서의 접근을 넘어선 진지한 인문학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지과학 연구의 선구자였던 이정모 교수는 21세기에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무너지는 존재로 인간을 재개념화해야 되는 제2의 계몽시대, 뉴휴머니즘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이제는 정말로 기술전문가들과 인문학자들, 그리고 우리 사회구성원이 미래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같이해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미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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