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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현대미술의 총천연색 스펙트럼

입력 : 2014-07-22 21:11:24 수정 : 2014-07-23 10: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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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술관 ‘스펙트럼-스펙트럼’ 전시 전시공간 벽면에 ‘진정성’이란 단어가 둘로 나눠져 붙어 있다 ‘진’자는 온통 빨간 벽면에 거대한 흰 글씨체다. 이에 비해 그 옆 벽면엔 ‘정성’이란 글자가 작게 700번 반복해서 쓰여져 있다. 줄을 맞춰가며 쓴 ‘정성’을 짐작케 해준다.

‘진’자는 ‘새빨간 거짓말’을 연상시키는 배경색과 뻔뻔할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로 인해 ‘참됨’을 일컫는 본래의 의미를 무색케 만든다. 입으로만 진정성을 외치는 정치권 등 우리사회의 자화상을 꼬집는 듯하다. 진정성은 지난 한 해 가장 화제가 된 온라인 검색어 중 하나였다.

반대편 벽면엔 오브제 하나가 붙어 있다. 링 모양의 박하사탕 ‘라이프 세이버’(Life Savers) 모형이다. 알사탕을 잘못 먹고 질식사한 딸을 위해 가운데가 뚫린 사탕을 개발해 수많은 아이를 구했지만 정작 아들이 투신자살하는 것은 막지 못한 개발자의 사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정작 ‘안전국가’를 외쳐됐지만 ‘세월호’참사를 못 막은 정부를 넌지시 질타하는 듯하다. 출구 벽면엔 화살표 24개가 그려져 있다. 우리 사회가 집단 우울증의 나락에서 이젠 벗어나 출구전략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미나와 Sasa[44]의 공동작업인 ‘Life Savers 2014’.
24일∼10월12일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리는 ‘스펙트럼-스펙트럼’전에 출품된 미나와 Sasa[44]의 공동작업이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번 전시는 리움의 대표적인 신진작가 발굴 프로그램인 ‘아트 스펙트럼’전 출신 작가 7개 팀이 역량 있는 신진작가7개 팀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범, 미나와 사사(박미나+Sasa[44]), 지니서, 오인환, 이동기, 이형구, 정수진이 각각 길종상가(박길종+김윤하+송대영), 슬기와 민(최슬기+최성민), 홍영인, 이미혜, 이주리, 정지현, 경현수를 추천했다.

추천을 맡은 작가는 우연히 알게 돼 이메일로 작업에 대한 관심을 나눴거나(지니서-홍영인) 이전 전시를 보고 흥미를 느낀(이형구-정지현) 작가 등을 선정했다.

‘아토마우스’ 작가 이동기는 이주리 작가를 선정한 이유로 “친분이 없는 작가를 중심으로 자료를 살피는데 페인팅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최근 현대 미술은 뉴미디어나 개념 설치 작업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그런 생각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직 개인적인 관심’만으로 함께 전시를 꾸밀 작가를 선정하다 보니 14개 팀이 선보이는 작업은 전시장에 말 그대로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펼쳐 놓는다.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한국 현대 미술의 넓은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는 전시라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이번 전시가 주목되는 점은 기획자의 역할을 조력자 수준에서 멈췄다는 점이다. 같으면서도 다르고, 서로 응원하면서도 선의의 경쟁을 하는 작가들이 모여 일정한 주제와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작업을 한 결과, 예상치 못한 풍성한 결과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삼성미술관 플라토 안소연 부관장은 “명실공히 신진작가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아트스펙트럼’전을 전시의 표본으로 삼으면서 차용과 변영의 방식을 도입하여 일종의 메타전시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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