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 완화 등 과감한 규제 축소
사내유보금 과세, 비정규직 사용규제 합리화 등은 반대 의견 많아
새로 출범한 ‘최경환 경제팀’이 적극적이고 과감한 ‘경제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심각한 위기’라는 인식 하에 각종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동원한다는 자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실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0.4%p 축소
기획재정부는 24일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먼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부터 기존 4.1%에서 3.7%로 0.4%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세월호 사고’ 등으로 민간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세계경제의 회복세도 둔화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판단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특히 그만큼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인식과 더불어 새 경제팀의 과감한 경제활성화 대책에 대한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하반기 대외변수로서 국제유가와 원화 강세를 지목했다.
국제유가는 이라크 사태 등에 따른 원유 수급 불안 우려가 반영되면서 상반기보다 높은 수준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원화 강세는 원유를 전량 수입하고, 수출에 목을 매는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위험이 있다.
지난해 연평균 1095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1분기 중 1069원, 2분기 1029원으로 점차 하향곡선을 그렸다.
아울러 상반기 내내 한국 경제를 짓눌렀던 민간소비는 하반기에도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세는 지난해와 같은 2.0%에 머물 것으로 보여 당초 기대했던 3.3%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고용은 1분기에 유례없는 양호한 실적에도 기존 전망치인 45만명을 유지했다. 당초 상향 조정을 검토했지만 경제 상황 악화에 기존 전망치를 그대로 뒀다는 후문이다.
물가는 기존 전망치인 2.3%를 1.8%로 낮췄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 회복이 지체되면서 수요 측 압력이 높지 않고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물가가 예상보다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가경제 내 경상수지 흑자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내수 부진으로 수입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당초 전망했던 GDP 대비 3.4%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5.0%로 불어났다.
설비투자는 5.8%, 건설투자는 2.6%씩 각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재정·세제·금융 등 모든 정책수단 총동원
‘새 경제팀’의 정책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재정, 세제, 금융 등 당국의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우선 40조원 상당의 재정 및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재정 보강 규모가 11조7000억원에 달해 추경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정책금융을 확대하고, 외국환평형기금의 외화대출 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26조원 이상의 금융지원책을 마련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완화한다. 지역과 업권에 상관없이 LTV는 70%, DTI는 60%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새 경제팀은’ 또 기업의 성과를 가계 소득으로 환류시키는데도 신경을 썼다.
임금 상승률이 최근 3년 평균 상승률 이상으로 높아지면 상승률 초과분의 10%를 세액에서 공제해주는 가계소득확대세제도 내놨다.
아울러 기업의 배당을 촉진하고 고령층의 저축에 이자소득 비과세 한도를 늘리는 등 세제 지원책도 제시했다.
이는 최근 트렌드인 “개인의 소득을 늘려서 소비를 활성화하자”와 일맥상통하는 정책으로 풀이된다.
소비 자체에 대한 혜택도 늘렸다.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소득공제를 한시적으로 확대하고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은 2년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이처럼 강력한 정책이 성공할 경우 올해 성장률을 0.1∼0.2%포인트, 내년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효과 있을까?
이처럼 정부가 적극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내놨지만, 실제 경기 부양에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는 시선이 많다.
우선 40조원 안팎의 이번 대책에서 금융 및 외환 지원책은 26조원 이상을 차지하는 점이 문제시된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금융 지원은 추가경정예산처럼 돈을 직접 쓰는 것이 아니라 빌려주는 것”이라며 “정부 지원 자금이 실제 대출 증가로 연결될지 미지수”라고 평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기금과 정책금융기관 등 정부 통제하에 있는 경로에서 더 많은 돈을 투입하는 것이 내수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지금은 오히려 증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재정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한국은행과 보조를 맞춰 기준금리 인하까지 동시에 시행해야 소비심리와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내유보금 과세나 부동산 규제, 비정규직 사용규제 합리화 등에 의견이 엇갈렸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사내유보금 과세로 투자를 유도하고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지게 하는 정책을 취하겠다는 방향에 대해서는 옳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에서 낙수효과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조세 정책으로 재분배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기업의 인건비 상향 유도는 자칫하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억압하고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실장은 “대형 프로젝트 투자가 있으면 전체적으로 투자 분위기가 진작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어려운 점이 있으면 팔을 걷고 나서서 해결해주는데, 우리도 그렇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상 대한상의 실장은 “한국의 주택정책은 오랜 기간 과열 억제에만 초점을 맞춰 현실과 괴리감이 있었는데 부동산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하면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라며 부동산 규제 완화에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부동산 거래량 증대에는 확실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대책에는 노동계와 재계가 모두 불만을 드러냈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번에 발표된 정책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비정규직 사용 규제 합리화”라면서 “이는 비정규직을 양산해 고용안정성이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라는 방향성에는 동감하나 기업이 고용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노동시장이 경직되는 쪽으로 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전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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