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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21개월… 36개월에 맞춘 4계급 언제까지

입력 : 2014-07-28 19:58:47 수정 : 2014-07-29 11: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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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 뺀 3계급 체제로 변경 방안 제기
“지나치게 세분화된 현행 병 계급구조 개선해야….”, “병 계급구조를 줄여도 어차피 ‘짬밥’(군 생활 경력) 순으로 돌아가는 건 똑같아 무의미하다.” 병사 복무기간이 줄면서 현실에 맞는 계급장을 달아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병사들의 계급을 현행 ‘4단계’(이등병-일등병-상등병-병장)에서 ‘3단계’(일병-상병-병장)로 줄여 역할에 맡는 계급구조로 군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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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무기간은 주는데 계급은 지나치게 세분화돼

병사들의 계급이 지금처럼 4단계로 운용되기 시작한 것은 1962년부터다. 이전까지는 미 군사제도의 영향을 받아 병사 계급은 이등병과 일등병만 존재했다. 1953년 병사들의 복무기간이 36개월로 정해지고 난 뒤 40여년간 30∼36개월의 복무기간을 유지한 탓에 계급구조 역시 이런 복무기간에 맞춰 지속돼 온 것이다. 하지만 병 의무 복무기간이 2년 이하로 줄어든(육군/해병대 21개월, 해군 23개월, 공군 24개월) 상황에서 이러한 4단계 계급구조가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김원대 박사는 “현행 병 4계급 구조가 복무기간에 비해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어, 군의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지니고 있다”며 “계급이 높은 인원이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우리 병사들의 계급구조는 그 반대로 병장이 되면 ‘적당히 손을 놓는’ 비효율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계급구조로 일선 야전부대가 느끼는 고충은 심각하다. 강원도 화천에서 중대장을 맡고 있는 한 육군 대위는 “언제부턴가 병장이 맡아야 할 분대장을 상병이 맡고, 그것도 부족해 심지어 일병이 분대장을 맡는 경우도 있다”면서 “병사들이 병장 계급장을 달면 ‘할 만큼 했다’는 식으로 남은 군생활을 대충대충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털어놨다.

그는 “특히 병장이 되면 밀린 휴가와 성과제 외출·외박 등을 쓰는 탓에 지휘관들이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거나 무조건 열심히 하라고 독려하기도 힘든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2014년 6월 현재 병사 계급별 인력 분포는 이등병이 19%, 일등병이 34%, 상등병이 33%이며, 병장은 14%다. 복무기간(육군 기준)은 이등병이 3개월, 일등병과 상등병이 각 7개월, 병장이 4개월이다.

◆형식적 진급 심사에 계급장 교체비용도 문제

병사들은 진급할 때마다 평가를 받게 돼 있다. 이러한 평가에는 교육훈련, 병영생활, 자기계발, 상훈/처벌 실적 등 무려 15가지 이상의 자료가 요구된다. 간부들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육군 관계자는 “현행 4계급 체계에서는 빈번한 진급심사로 인해 불필요한 행정소요가 유발될 수 있다”며 “그러다 보니 진급평가는 개월 수에 맞춰 적당히 이뤄지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런 간부들을 지켜보며 병사들은 ‘군대가 이런 식이지’라며 군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계급 세분화는 빈번한 계급장 교체로 국방예산과 병사들의 개인돈이 이중으로 낭비되는 현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육군의 경우 탈착식의 신형 전투복과 베레모가 지급되면서 재봉소요가 줄긴 했지만, 아직도 부대 인근 군장점에서 사제용으로 나온 계급장을 별도로 구매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공군은 탈착식이 아니다 보니 여전히 계급장을 ‘박음질’하고 있다. 김 박사는 “지급되는 계급장으로 국방예산은 국방예산대로 들고, 병사들은 사비를 들여 사제 계급장을 구입하다 보니 이중으로 돈이 들어가는 낭비 소요가 발생한다”며 “이와 같은 식으로 드는 돈은 연간 23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일병-상병-병장’ 3단계 계급 실효성 있을까?

군인사법은 제3조(계급)에서 ‘병은 병장, 상등병, 일등병 및 이등병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흔히 이병·일병·상병 식으로 부르지만 정확한 명칭은 서열개념의 ‘등(等)’을 붙인 이등병·일등병·상등병인 것이다. 병장은 병들의 장(長)이라는 서열개념과 누적개념이 혼용된다.

김 박사는 이등병 계급을 폐지하고 ‘일병-상병-병장’ 3계급 체제를 만드는 안을 제안하고는 계급별 활용기간(육군 기준)을 동일하게 7개월씩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병사들 입장에서는 잦은 진급이 사기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부분도 있지만 군 복무기간이 2년 이하로 짧다 보니 단기간에 가장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도록 숙련도를 고려한 지속 활용 계급구조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4계급에서 3계급 구조로 축소하면 전투력 제고 효과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행정소요를 최소화함은 물론 병사들의 사기증진과 봉급인상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 계급구조를 바꾸는 것만이 능사냐’는 반론도 존재한다. 강원도 원통의 한 육군부대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병장 방모(23)씨는 “입대일을 기준으로 선·후임이 정해지는데 계급을 줄여도 어차피 그 안에서 또 서열이 생기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계급구조가 줄어든다고 해서 군대문화가 크게 달라지겠냐”고 반문했다.

해외의 경우, 병사들의 계급을 우리처럼 4계급 이상으로 유지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병사들의 의무복무기간이 2년을 넘는 나라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호주가 3계급, 러시아와 중국이 2계급을 유지하고 있고 태국은 병사들 간에 계급 구분 없이 ‘폰타한’(Private)이란 호칭으로 통용된다.

한편 육군은 병 3계급 안과 더불어 현행 4계급 체제를 유지하되, 신병 교육기간에만 이등병을 달고 자대배치를 받자마자 일병으로 진급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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