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본적인 대중국 인식은 전후 변한 것이 없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중 양국은 상대방을 전략이익의 최대 위협 요소로 간주한다. 미국의 대중정책 핵심은 부상하는 중국을 ‘관리’하는 것이다. 관리 방법에서 미국이 과거에 물리적·군사적 억지력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미국의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합리적인 외교적 억지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현재 미국이 독자적 군사억지력을 행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과 호주에 의존하겠다는 전략도 50년대와 마찬가지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
한·중·일 간의 역사문제와 영토분쟁에 대한 미국의 기본 인식은 ‘당사국 간에 알아서 해결하라’이다. 역사문제 중 유독 위안부문제에 미국이 민감한 이유는 ‘인권’과 ‘여성’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영토분쟁에 대해선 한·일 동맹국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만 보일 것이다.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은 경제적인 제약으로 상당기간 어려울 것이다. 지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 10개국과 한·일을 포함한 동아시아국가 12개국 중 미국의 개입을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나라가 없다. 일본은 헌법 개정이 미완 상태이며 한·미 동맹도 내재적 제약이 있고 아세안 10개국은 여력이 없는 나라들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동맹정책은 불변할 것이고 우리 입장도 불변할 것이기 때문에 대중관계에서 한·미 동맹을 과도하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미국은 우리가 미국의 재균형전략에 보다 적극 기여할 수 있는 동반자로 하루속히 성장하길 희망하기에 이를 위한 수단과 방법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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